21일 아침에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만순 씨가 세들어 살고 있는 집의 할머니입니다 우리 만순 씨가 또 술을 많이 드셔서 할머니가 힘들어서 전화하셨나보다 생각했습니다 새벽에 만순 씨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안만순 씨는 예순입니다 요셉입니다 혼자 살고 있습니다 한 번도 친척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이 시작할 때부터 오셨던 분입니다 지난 해부터는 민들레 식구가 되어서 지냅니다 지난 20일이 만순 씨의 기초 생활비가 통장에 입금되는 날입니다 약 삼십 몇 만원입니다 통장과 도장을 아예 구멍가게 아주머니께 맡겨놓으셨습니다 돈을 좀 찾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참고 또 참았던 이슬을 마셨다고 합니다 저녁 무렵에 비틀거리며 방으로 들오가다가 넘어져서 좀 심하게 머리를 부딪혔다고 합니다 겨우 방으로 들어가셨고요 평소와는 다르게 밤새 심하게 코를 골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새벽 4 시쯤 코고는 소리가 갑자기 들리지 않아서 할머니가 나와 보았다고 합니다 아무 기척이 없어서 119에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119에서 와서 살펴보곤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경찰에 연락을 했고 경찰이시신을 인수해 갔다고 합니다

경찰에서 조카 되는 분을 찾았습니다 22일에 조카 되는 분이 만순 씨 사망신고를 했고요 그날로 화장을 했다고 합니다 만순 씨 계셨던 곳에 와서는 집 보증금은 얼마나 있는지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통장의 잔액은 5만원 정도있다고 합니다만순 씨 조카 분에게 만순 씨의 외상이 구멍 가게에 9만 7천 원이 있고전기 수도세 밀린 것 12만 원만 정리하시면깨끗하게 정리가 된다고 알려드렸습니다.

짐정리를 해서 청소했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강아지인데 동사무소에넘기기로 했습니다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 날 특별하게 계란 프라이를 두 개나 해 드렸습니다 술 조금씩만 마시고 25일 토요일에 만나자고 했는데 영영 이별입니다

주님, 안만순 요셉에게 아브라함의 품에 안긴 라자로처럼 영원한 평안함을 주소서 아멘.

남쪽 섬진강이 넘실대는 맑은 물로 어찌나 경치가 멋있는지요^^ 완도 잠깐 들렀다가 땅끝까지 갔었는데 십여년 만에 찾아본 땅끝은 끔찍하게 변해버렸습니다 난장판입니다 아깝습니다.

목포 교도소 근처에서 여장을 풀고는 그만 몸살로 앓아 누워버렸습니다 푹 쉬었습니다.

목포 들렀다가 광주 들렀습니다.

광주교도소 면회실에서 십년 만에 잘못들었는지 제 귀를 의심할 정도로 놀라운 말을 들었습니다.

"간식 넣지 마시고 그 돈으로 가시면서 맛있는 식사를 하셔요."

십년 전에 이 형제가 겨우 스물 여섯인가 일곱일 때입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재판을 받고 있을 때입니다 한 겨울인데도 사형을 언도받을까 두려워서 찬물에 샤워하면서 두려움을 달랬습니다 그때부터옆에 있어주었고요 나중에는 베로니카가 의동생 삼아서 옥바라지를 했습니다목포교도소에서 논산으로 다시 목포로 또 다시 청주로 다시 논산으로 또 광주로 와서 이제는 학사고시 준비를 합니다 공부를 시키려고 부평중학교에 가서 년 수료 확인을 겨우 떼던 어려움도 있었고요 그런데 십년만에멋진 말을 들었습니다 겨우 십년만에 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청송교도소에서의 황당함 집회를 지키던교도관이 왜 유행가를 부르느냐며 항의하고 투덜거릴 때의 황당함.

광주교도소 민원실에서 물품을 넣는데 나무 묵주는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물건을 받는 사람이 천주교 신자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랍니다 소포로 보내면 받을 수 있다면서 퉁명스럽게 말하는 황당함 묵주로 목 매달아 죽으면 누가 책임지겠느냐는 황당함.

금방 찐 옥수수를 가지고 갈 수 없다고 합니다 음식을 먹고 탈이 나면 안되기 때문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