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의 집 식구들과 함께 옛날을 생각하면서 국수집 계단에 앉았습니다. 2003년도에 민들레국수집을 처음 시작했을 때입니다. 손님들이 안 오시면 손님들 오시기를 계단에 앉아서 간절히 기다리던 때가 생각납니다.
할아버지께서 치매 증상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아침 일찍 오셔서 식사를 하십니다. 시작 시간이 열 시라고 알려드려도 요지부동입니다. 배가 고프시다고 합니다.
운해 씨도 국수집 근처 쪽방에서 혼자 사는데 아침 일찍 국수집에 옵니다. 배도 고프고 할 일도 없고 그냥 국수집이 좋다고 합니다.
두 사람을 따라서 점점 일찍 오시는 분들이 늘어났습니다.
안쓰러워서 일찍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했더니 우리 베고픈 손님들도 점점 더 빨리 오십니다.
며칠 째 일찍 오시는 손님들과 밀고 당기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일찍 오시는 분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오늘은 처음보는 손님이 일찍 기다리고 있습니다. 옷은 때에 절었고 신발을 슬리퍼입니다. 맨발로 처량하게 서있습니다. 서울에서 몇 년을 노숙을 했답니다. 인천 오기전에는 제기동 쪽에서 노숙을 하다가 닷새 전에 동암역 근처에서 노숙을 했답니다. 동암역 근처에서는 밥 얻어먹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합니다. 배고파서 어쩔 줄 모르는데 어떤 사람이 동인천역 근처 민들레국수집을 가르쳐주더랍니다. 그래서 아침 여섯 시 쯤 국수집 앞에 도착해서 지금껏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제 저녁도 못 먹었답니다. 그러니 제가 오전 열 시를 고수할 수가 없습니다.
기다리시는 손님 몇 분에게 어제 저녁도 못 드신 분? 물어봤습니다. 어제 비가 와서 비그치기를 기다리다가 그냥 굶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늘은 열 시를 버티지 못하고 일찍 손님들 식사를 하시도록 했습니다.
명옥 씨네 세 가족이 참이슬 한 병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집에 쌀이 떨어졌다는 표시입니다. 식사를 하신 후에 쌀을 가져가시도록 했습니다.
영등포에서 온 손님이 잠바 하나 얻을 수 없는지 물어봅니다. 영등포 근처에는 옷을 나눠주는 데가 없다고 합니다. 옷을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젊은 친구가 커다란 가방을 짊어지고 왔습니다. 씻고 싶은데 어디에서 몸을 씻을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자원봉사자 한 분께서 센타를 안내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 사이에 몇 가지 물어봤습니다. 나이는 서른 둘이고 오년 전에 전라도 부안에서 서울에 와서 공장에서 일하다가 노숙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보현의 집, 옹달샘, 햇살, 광야교회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집에는 아프신 아버지 혼자 계신다고 합니다.
손님 한 분이 밥 조금하고 두부 부친 것 겨우 두 개를 담아서 식사를 합니다. 이빨이 아파서 먹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다음 주일에 민들레 치과진료가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김을 조금 드렸더니 참 좋아합니다. 옆에 계신 몇 분도 처지가 똑 같습니다. 김을 나눠드렸습니다.
어제는 온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소명여고 "섬돌" 동아리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자원봉사 활동을 왔습니다. 길거리 천막에서 쪽파를 다듬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학교 축제 동안 동아리에서 소품을 만들어 팔았는데 수익금을 가져왔다면서 봉투를 내밉니다. 165,000입니다.
석곡여고 학생들 다섯 명이 선생님과 함께 자원봉사를 왔습니다. 숙명여대 12명의 대학생들이 자원봉사를 왔습니다. 모두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으로 내려보냈습니다. 모니카가 자원봉사자 잔치를 치렀습니다. 삼층 공부방과 이층 민들레 책들레 그리고 밥집을 대청소 했다고 합니다.
어제는 민들레진료소가 열렸습니다. 민들레진료소에는 아주 좋은 초음파 기기가 있습니다. 우리 손님들께 큰 도움이 됩니다. 어제는 의사선생님들께서 아주 많이 찾아오셨습니다. 종합병원 같습니다. 노숙인들을 위한 거점 병원으로 자리잡을 것 같습니다.
고마운 분께서 우리 손님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싶다고 하십니다. 줄리어드 음대를 나오시고 지금은 중앙대에서 교수로 활동하시는 따님께서 노래를 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장소는 부평역 근처 카페 모짜르트입니다. 12월 넷째주 토요일 저녁에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시는 VIP 손님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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