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님들이 얼마나 오늘을 손꼽아 기다릴까요

민들레국수집 옆의 정육점의 재호 씨가 참 많은 사람들이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왔다가 힘없이 돌아갔다고 합니다 배가 고파서 민들레국수집이 쉬는 날에도 혹시나 문 열었나 싶어서 기웃 거리는 우리 손님들입니다 서울에서 오는 손님들은 이곳 저곳 잘 알고 있어서 그나마 괜찮지만, 인천의 어리숙한 젊은 친구들은 국수집 쉬는 날은 아예 굶는다고 했는데

서둘러 국수집에 도착했습니다 콩나물을 두 상자나 샀습니다 한 상자에 4킬로가 됩니다 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고 먼저 쌀을 씻어 밥솥에 안치고 난 후에 콩나물을 씻었습니다 큰솥에 하나 가득입니다 물을 붓고 불을 붙였습니다 폭염주의보 속에서의 가스렌지의 열기는 대단합니다.

반찬을 차려놓고 서둘러 묵은 김치와 돼지고기로 김치볶음을 만들었습니다 콩나물이 끓습니다 콩나물은 반은 덜어서 콩나물 무칠 준비를 해 놓고요 마늘과 다시다 약간 그리고 굶은 소금으로 콩나물국의 간을 했습니다 뜨거우면서도 시원한 절묘한 맛이 납니다

명현 씨가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른 몇인 젊은 친구인데 사흘을 굶었다고 합니다 사흘 째가 배가 제일 고프다고 합니다 염치를 무릎쓰고 경로식당에 가서 하루 한 번 먹었다고 합니다 밥을 두 그릇이나 먹습니다 이제 살았다는 표정입니다 열 시가 되기도 전에 열 분도 넘게 식사를 하고 갔습니다

봉화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예쁜 감자를 세 상자나 보내주셨습니다 연안부두 아녜스 자매님이 오징어를 보내주셨습니다 봉사자들이 많이 오셔서 감자도 다듬고 오징어 볶음도 만들고 어묵 볶음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오이도 반찬으로 만들어 놓고요

민들레 식구 한 분이 단칸방에 세들어 살면서 집없는 서러움을 겪습니다 집 주인이 와서 어찌나 독하게 구는지요 집주인이 잔소리 하지 않는 독채로 이사시켰습니다 민들레 식구들 셋이 이삿짐을 나눠들고 이사했는데 한 번에 끝났습니다 몇 달 새에 짐이 꽤나 늘었습니다 이젠 문 열어 놓고 맘 편하게 살아도 되겠네 하며 웃습니다.

여름 동안 스무 날이나 아르바이트를 한 선호 씨가 오늘 한 턱 내기 위해 왔습니다 봉사자들과 민들레 식구들 모두 합하니 열 명이나 됩니다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보봉 씨와 성욱 씨의 짐을 옥련동으로 옮겼습니다 옥련동 민들레의 집에서 며칠을 지낸 성욱 씨는 천국에서 지내는 것 같다면서 옥련동을 좋아합니다 보봉 씨도 마찬가지 입니다 성욱 씨살았던 곳으로 창환 씨를 이사시켰습니다.

어제는 기성 씨의 허리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착하신 의사 선생님의 배려로 기성 씨가 허리를 다친 스물 두 살 이후 처음으로 병원 치료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