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1일자 민들레소식입니다.
민들레국수집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입니다.
빈곤층과 노숙자들의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특별한 통계 같은 것은 잘 알지 못하지만 한 달 정도 노숙자의 입장에서 체험을 해 보았던 스스로의 경험담을 잠시 소개해 볼까 합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처음 방문했던 게 8월초... 제 자신이 모든 걸 잃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처지에서 민들레국수집을 찾았습니다. 하루에 한 끼 어떨 때는 두 끼를 민들레국수집에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잠을 잘 곳도 없었지만 거리에서 박스나 신문지를 깔고 잠을 청할 수 없어... 지하철이 끊기면 지하철역 주변 벤치에 앉아 지하철 첫차가 오기를 기다려 지하철에서 잠을 자고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씻고... 그러면서 어느새 한 달째가 되어가네요. 민들레국수집 부근 화도진 도서관은 무료개방이라 하루에 두 시간은 인터넷 사용도 무료로 하고 가끔 이곳에 글도 올립니다.
서울역, 영등포역, 청량리역, 용산역 등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급식을 하는 곳을 몇 군데 알게 되었습니다. 여름휴가가 겹치는 곳이 많아 8월 중순 전후에는 무료급식도 노숙자들에게 모두 혜택을 주지 못하였습니다.
영등포역 주변 노숙자들 무료급식소를 세 번 정도 이용해 보았습니다.
광야고회, 홈리스라고 쉼터를 운영하고 있고 노숙인들에게 무료급식을 해주더군요. 무료급식을 하는 시간인 12시 전후가 되면 100미터 이상 줄을 섭니다. 한 달은 씻지 않아 보이는 허름한 차림의 모습부터 장애인과 부랑인들도 보였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열심히 무료배식을 하고 있었지만 마치 어둠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
토마스의 집. 천주교 김종국신부님이 운영하는 곳인데 이곳 역시 12시 무료급식을 받기 위하여 11시전부터 줄을 섭니다. 노인들과 노숙인 각기 줄을 따로 서서 급식을 합니다. 새치기를 하면 욕설이 난무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먹기 위해 아우성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다시서기센타라고 서울역과 영등포역에 상담소가 있고 절차를 거쳐 쉼터 입소를 권합니다. 쉼터에 들어가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이 말하지만 그것은 그들만의 생각이고,, 쉼터는 쉼터가 아니라 포로수용소 같은 느낌이 들게 합니다.
민들레국수집은 정부의 지원도 받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런 곳들에 비한다면 노숙인들에게는 배풀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노숙자입니다. 노숙자들을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말 일할 능력이 없고 병들어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분명히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노숙자의 처지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뭔가 뚜렸한 해결책이 있으면 좋을텐데... 정부에서도 해결책이 없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두서없는 글이지만... 민들레국수집을 이용하는 분들만은... 한분 한분 노숙자의 처지를 탈피하는데 이곳 민들레국수집이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작은 사랑이라도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되기 위하여 노력하려 합니다.
이 글을 올리신 분이 누굴까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민들레국수집에 식사하러 오신 분 중에 관심이 가는 분이 있었습니다. 빨간색 휠라 운동화를 신고 단정한 옷차림인데 상의와 하의도 휠라 제품입니다. 몸 매무새도 깔끔합니다. 그런데 다리가 불편해 보입니다.
"처음 오셨어요?" 물어보았습니다. 몇 번은 오셔서 식사하셨다고 합니다. 식사를 참 맛있게 합니다.
양파를 사러 시장에 가는 길에 스테파노 형제를 보았습니다. 어디로 가시는지 물었습니다.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 가서 책을 읽으려고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제 베로니카께 오늘 11시에 저와 면담 약속을 한 스테파노라고 합니다. 11시까지 기다릴 필요없이 지금 이야기하면 어떤지 물어보았습니다. 좋다고 합니다.
민들레 가게 앞에 앉아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이는 마흔셋입니다. 동대문시장에서 의류가게를 했다고 합니다. 몇 달 전에 빚잔치를 하고 거리로 나앉았다고 합니다. 한동안 친구들 신세를 졌지만 다들 살기 어려워서 더는 기댈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노숙을 한지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지체장애 3급이라고 합니다. 부모님께 손 벌릴 처지도 안 된다고 합니다. 장애가 있어서 결혼할 엄두도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제 처음으로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 가 보았다고 합니다. 독후감 발표해서 이 주일만에 처음으로 삼천 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귀한 돈이라서 고이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베로니카께서 찜질방 표를 주어서 오랜만에 씻고 푹 잤다고 합니다.
민들레 식구가 되겠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좋다고 합니다. 내일까지 깊이 생각해 보고 오시면 단칸방이나마 얻어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스테파노 씨는 민들레 식구가 되었습니다. 지난 수요일에 민들레식구들과 송별식사를 하고 민들레의 집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에게 이 메일을 하나 보냈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참 씁쓸합니다. 오늘 스테파노 씨가 살았던 집을 대청소를 했습니다. 세 사람이 청소를 했는데도 내일 또 해야 될 정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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