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저녁에 민들레 식구들인성욱, 선호, 대성, 기성 씨와 스테파노 형제와 함께 동태탕을 먹으러 갔습니다 주헌 씨는 조기구이를 너무 맛있게 많이 먹어버려서 더는 식사할 수 없습니다 대성 씨는 연평도에서 태어났고 덕적도에서 자랐고 고깃배도 타서인지 비린 생선 반찬을 참 좋아합니다 고아원에서 자란 기성 씨는 해산물 중에는 오로지 꽃게만 먹을 줄 압니다 다른 생선을 먹으면 두드러기가 납니다 고아원에 있을 때 꽃게무침을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른답니다 그런데 너무 많이 먹는다고 원장님께 혼이 났었답니다 그런 다음부터는 꽃게 외에는 생선을 먹을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기성 씨만 콩나물 국밥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기성 씨가 민들레 국수집에서 얼마 전에 식사를 했습니다 오랜 가난한 생활로 우리 기성 씨는 밥을 먹을 때면 목까지 차오를 때까지 먹어야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래야 밤중에 고픈 배를 끌어안고 뒹굴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조금 덜 먹었다가는 밤중에 배가 아프도록 쓰리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맛있는 콩나물 국밥이라도 더 들어갈 틈이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먹다가 남겼습니다 얼마나 아까워 하는지요.

늙으신 어머니와 함께 맨몸으로 길거리로 나 앉았던 원식 씨가 어제 반찬통을 가지고 왔습니다 아직 월급은 못 받았기에 쌀과 반찬을 나눠드립니다 지난 번에는 월급 받는 날 빚쟁이에게 잡혀서 월급 다 빼앗기고 빚을 탕감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회사도 못 다니고 한 동안 막노동을 하다가 지난 번에 좋은 곳으로 취직이 되어서 정식 직원이 되었습니다 이제 며칠 후면 첫월급을 받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흰색 봉투를 어색하게 내밉니다 뭔가 보았더니 거금 이만 원입니다.

"어머니와 상의했는데요 매달 민들레 국수집에 적은 돈이지만 후원금을 보태려고요."

참 기분 좋았습니다 하느님 고맙습니다 이 맛으로 제가 삽니다^^

오늘은 콩나물 국을 끓였습니다 햇김치와 오이무침, 무생채, 무짠지와 돼지불고기 그리고 계란 프라이와 콩나물입니다 쇠고기 볶음 고추장도 내어놓았습니다 후식으로 빵을 내 놓았습니다.

아침에 콩나물 4킬로들이 두 상자를 사서 국수집으로 오니까 몇 분이 처량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 문을 여는지 아시는지 물어보니까 모든 손님들이 오전 10시에 문을 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부랴부랴 반찬 준비를 하고 식사를 하시도록 했습니다

참 고민스러운 손님 한 분이 오셨습니다 강원도 사북이 고향인 분인데 쉰 여덟이 되셨습니다 사 년 전에 이혼하셨고, 아들 하나는 군대에 있고, 얼마 전까지는 동암역 근처에서 주차장 경비원으로 일하다가 빚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노숙을 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동암역 근처에는 해병대 출신의 꽁지라는 노숙자가 있는데 술에 취하면 폭력을 쓰는 것을 자랑으로 여깁니다잔소리 한 번 했다가 죽을 정도로 얻어 맞았다고 합니다 눈썹 주위가 찢어지고 어깨 뼈는 금이 가고 탈골이 되었습니다 119에 실려서 의료원에 갔는데 눈썹 주위만 꿰메주고 탈골되고 금간 뼈는 응급조치만 하고 약만 줘서 내보냈습니다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도와달라고 합니다 먼저 지구대에 가서 경찰에게 도움을 청해보라고 했습니다 경찰은 자기들로서는 도와줄 길이 없다고 했답니다 오늘은 일요일이니 내일 병원에 가 보자고 했습니다 이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다고 합니다 세상에 돈이 없다고 치료받을 수 없다니..가슴이 아픕니다.

여름이 어느새 떠나갔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밤을 새우기가 힘들 것 같아서 그 동안 모아 두었던 가을 옷들을 난장 펼쳤습니다 식사하러 오시는 손님이 옷을 고르느라 밥 먹을 마음도 잃어버렸습니다

심심이라고 하는 불쌍한 여인이 있습니다 도와줄 기회를 엿보지만 방법을 찾을 길이 없습니다 알콜 중독입니다 그래도 노숙생활을 버틸 수 있는 것은 못된 깍두기 같은 놈들이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못되고 힘 센 깍두기 차지가 됩니다 깍두기들이 몇번이나 바꿔졌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괴롭힐 수도 없습니다 깍두기 힘을 믿고 심심이는 안하무인입니다 헌옷을 한아름 골랐습니다 욕심이 너무 보기에 안타깝습니다 노숙자가 짐이 많으면 얼마나 고생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