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집의 냉장고를 정리했습니다 이것 저것 주워담으니 두 가방이나 되었습니다 냉장고에 보관하느라 애 쓸 것이 아니라 우리 손님들과 나눠먹어야겠습니다

쌀을 씻어 안쳐놓고, 미역국을 데워놓고, 반찬을 차려 놓은 다음에 시장에 가서 된장찌개를 끓일 재료를 사왔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가져온 반찬들 중에서 된장찌개에 넣을 것도 추렸습니다.

연안부두에서 어제 맛있는 고등어 자반 한 상자와 전어 한 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전어는 깨끗하게 손질해서 소금뿌려서 재워두었습니다 전어튀김을할 예정입니다 고등어 자반은 옆으로 반으로 나눠서 우리 손님들께 반 마리씩 튀겨서 드릴 것입니다.

오늘은 가슴 아픈 모습을 보았습니다 무짠지로 만든 반찬은 짜다는 것을 알텐데 무조건 많이 접시에 담고는 짠데도 억지로 먹고 있습니다

"무짠지로 만든 반찬은 당연히 짜다는 것을 모르셨어요"

몰랐다고 합니다 먹음직스러워 많이 담았는데 버릴 수도 없고 그래서 억지로 먹는다고 합니다 밥을 더 가져다 드시라고 했더니 밥을 더 가져다 먹다가는 남기게 된다고 합니다

"음식을 남기면 안되잖아요."

"왜 음식을 남기면 안되죠"

"혼 나니까요."

혼 나기때문에 음식을 남기지 않는답니다 가슴이 아픕니다배고픈 사람들과 나누어먹기 위해서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면 참 좋은데..

우리 손님들이 먹고 싶은 곳을 먹는 것이 아니라 주는 데로 먹다가 자기 자신마저 잃어버린 꼴이 되었습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스스로 반찬을 알맞게 먹을 만큼 담을 수 있게 되겠지요.

반찬에다가 안내문을 써 붙일 수도 없고.. 이 짠지는 짭니다 풋고추가 아주 맵습니다 국에 소금은 아주 조금만 더 넣으십시오 등등 우리 손님들이 정상적으로 조리된 음식을 여러 가지 맛보셨다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이긴 합니다 몇 년간의 경험으로 고기국을 낼 때 후추를 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후추를 상에 내어 놓고 손님들 취향 따라 드시도록 하면 큰일이 납니다 후추를 수저로 한 수저씩 떠 넣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소금 조절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맛있는 곰국을 소금국으로 만들어버리기 예사입니다 요즘에는 곰국을 아예 간을 해서 냅니다 약간 싱겁게 간을 맞춰놓으면 됩니다

손님들이 술에 취했을 때는 아직도 난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