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아닌 일을 하는 것.
모니카는 증명사진을 찍고 이력서를 준비했습니다.
경북북부교도소 교정위원 위촉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4월에 필리핀으로 들어가면 청송에서 외롭게 징역을 사는 형제들이 걱정이 됩니다. 그 걱정을 아는지 모니카가 엄마와 함께 청송에 있는 삼촌들을 만나러 자기가 계속 다니겠다고 합니다.
교도관들이 걱정을 합니다.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어떻게 청송에 있는 우락부락하고 거친 형제들을 만날 수 있는지...
모니카가 십년 전부터 청송을 비롯해서 여러 교도소를 따라다녔고,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교도소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싶어한다고 말했습니다.
계장님이 모니카가 교정위원으로 위촉되면 교도소 역사상 최연소 교정위원이 탄생하는 셈이라고 합니다. 모니카는 단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안되다면 속이 많이 상할 것이라고 합니다.
자매상담을 조금 일찍 마치고 사회복귀과 과장님과 함께 교도소 소장님을 만나뵈었습니다. 소장님께서도 모니카가 교정위원으로 위촉받고 싶다는 부탁에 아주 좋아하십니다.
2월 14일(금) 새벽 5시 알람소리에 일어났습니다. 세수하고 출발 준비를 했습니다. 오전 6시에 저와 베로니카, 모니카 셋이서 청송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해가 많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 광교터널을 지날 때까지도 길이 막히지 않았습니다. 덕평휴게소에서 아침식사로 우동을 먹었습니다. 단양휴게소에서 모니카와 운전석 자리를 바꿨습니다. 안동에서 다시 운전 자리를 바꾸고 가랫재휴게소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가랫재휴게소에서는 사장님이 원두커피를 그냥 선물로 주셨습니다.
오전 11시에 경북북부 3교도소 민원실에 도착했습니다.
교도소 규칙에 의해서 한 사람이 하루 한 명을 면회할 수 있습니다. 저는 바오로형제를 면회하기로 했습니다. 베로니카는 프란치스코형제를 면회하기로 했습니다. 모니카는 꼴베형제를 면회하기로 했습니다. 면회 시간은 20분입니다. 착한 교도관께서 면회시간 5분을 덤으로 주셨습니다. 간식을 구매했습니다. 네 사람에게 13만원어치 먹을 것을 넣어드렸습니다. 교도소에서는 몇 가지 음식들을 지정해서 돈을 치르면 교도관이 당사자에게 전달해 줍니다.
12시에 진보로 나왔습니다. 점심을 먹기위해 "우리밀 칼국수"를 찾아갔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아마 문을 닫은 것 같았습니다. 할 수 없이 새로 문을 연 '진보반점'에 가서 간짜장을 시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 다음 떡방아간에 가서 형제들에게 드릴 떡을 서른 팩 사고, 마트에 가서 사탕과 빵과 귤, 사회복귀과 사무실에 선물로 드릴 커피믹스도 샀습니다.
오후 1시 20분에 경북북부 1교도소에 들어갔습니다. 내정문에서 신분증과 핸드폰을 맡기고 담당 계장님의 안내로 사회복귀과 사무실로 갔습니다. 몇 개의 철문을 통과했습니다.
천주교 자매상담에 나올 형제들이 모이는 동안 사무실에서 커피 한 잔 대접받았습니다.
오늘은 열일곱 명의 형제들이 모였습니다. 무기. 20년. 10년형.... 오랜 징역을 마쳤는데 벌금형이 있어서 하루 5만원씩 벌금을 제하고 이제 이십일만 지나면 출소할 형제... 가슴 아픈 사연의 형제들입니다.
보니파시오형제는 무기징역을 살고 있답니다. 10년도 넘게 청송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공장 반장도 하고 있고요. 천주교 모임의 회장도 맡고 있습니다. 힘든 징역이지만 편하게 지낼 수 있답니다. 그런데 교도소를 옮길 생각이라고 합니다. 기득권을 버리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직업훈련교도소로 이번에 이송을 가게 될 것 같다고 합니다. 직업훈련교도소에 가서 이발 기술을 배울 생각이랍니다. 그 다음에는 요릴ㄹ 배우겠다고 합니다. 언젠가 오랜 후 이겠지만 자기에게도 삶의 기회가 온다면 민들레국수집에서 이발 봉사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밥도 하고 반찬도 만들겠다고 합니다. 집에도 출소하면 곧바로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민들레국수집에서 몇 년을 보낸 다음에 사람이 좀 되었다 싶을 때 돌아가겠다고 이야기했답니다.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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