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토)은 흐리고 비도 조금 내렸습니다 명절을 맞이하는 우리 손님들의 마음같이 우중충합니다.

청송교도소를 금요일에 다녀왔습니다 떡과 음식을 충분히 가져갈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딸기잼을 유리병에서 프라스틱 통으로 옮겨담느라 고생했는데 반입이 금지되었습니다 다니엘 형제가 정성스럽게 접은 종이학 1004마리를제게 선물해 주었습니다

조금 피곤했지만 토요일 아침에는 조금 일찍 민들레국수집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이슬왕자인 정근 씨가 퇴원하는 날입니다 베로니카가 준비한 츄리닝과 운동화를 챙겨 놓았습니다 목요일 저녁에 외환은행 인천지점에서 쌀을 많이 선물해주셔서 1층 식당에 그냥 쌓아두었는데 그걸 2층으로 옮기려면 힘 다 빠지겠다 싶어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대성 씨가 거들어주어서 고생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여덟 시에 민들레국수집에 도착했는데 식사하러 온 사람이 있습니다 그저께 분명 오전 열 시부터 문을 연다고 했는데도 여덟 시도 훨씬번부터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세상에!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남겨둔 밥도 없는데 꽤나 힘들겠다 싶어서 차에서 먹다 남은 건빵을 드렸더니어찌나 맛있게 드시는지요.

부지런히 쌀 씻어 안치고, 국 끓이고, 반찬 차려 놓았습니다 아홉 시쯤에 밥이 되었습니다 기다리는 손님들이 식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잔소리도 했습니다 오전 10 시에 문 연다는 것 잊지마세요.

금요일에 베로니카가 기성 씨 이력서 쓰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인터넷을 뒤져서 기성 씨 아르바이트 자리도 찾았습니다 그런 다음에 면접 보는 방법도 가르쳤습니다 신포동에 있는 호프 집에 이력서를 들고 면접하러 보냈습니다 대성공입니다 기성 씨가 베로니카와 연습한 것처럼 사장님이 물어보아서 아주 쉽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토요일부터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두려워서 숨어살다가 헛고생한 것을 이젠 알았습니다 주민등록증을 살리고 떳떳하게 아르바이트 자리도 얻었습니다.

5인용 전기밥솥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너무 많은 손님들이 오셨습니다 밥 뜸 동안 기다리는 시간이 봉사자들이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습니다

밥이 왜 이리 고두밥이냐면서 시비걸었습니다 맛있게 뜸이 잘 들었는데 고두밥이라고 합니다 가만 있었습니다 밥을 비비기에 고추장을 조금 드렸더니 짜서 못 먹겠다고 합니다 내가 억지로 고추장을 더 넣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미적 미적거리면서 성질을 부립니다 술을 마신 모양입니다 겨우 식사를 마치고는 후식으로 준비해 놓은 포도를 잔뜩 가져가려고 합니다 봉사자 자매님이 다른 사람 생각도 좀 해서 알맞게 가져가야한다고 했더니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입에 담지 못할 육두문자입니다.

나에게는 밥 얻어먹는 처지여서 싫어도 싫은 소리 한 마디 못한다면서애먼봉사자들에게는 차마 듣기 어려운 욕을 해 댑니다

참 못 됐다.

듣다 못해 제가 나섰습니다 이제 화살이 저에게로 향했습니다 저는 참으로 오래 살 것입니다 욕을 참 많이도 들었습니다 국수집이 문 닫을 때까지 주정이 계속되었습니다 어휴 나쁜 놈.

민들레국수집을 운영하면서 칭찬과 비난이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천사 같다는 둥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아부하던 사람이 돌아서면 입에 차마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는 것이 예사입니다 특히 아부하던 사람들이 더욱 독한 말을 잘 합니다

밥 한 그릇 때문에 고분고분한 것은 보기가 역겹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내일부터는 여기 오지 마십시오 말이 떨어지자마자 온갖 욕을 해 대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덩치가 있는 사람은 욕을 하면서 협박을 하기도 합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느니, 네 돈으로 밥 주는게 아니면서 건방을 떤다느니, 텔레비전에 나와서 배가 불렀다느니, 문을 닫게 하겠다는니, 인터넷에 올리다고도 합니다 협박에는 절대로 굴하면 안됩니다 떠드는 사람은 오히려 두려움 때문에 큰소리를 냅니다

정신 차린 다음에 다시 이곳에 올 용기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비겁한 사람에게는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봉사자들이 그 사람은 밥 주지 맙시다!라고 합니다 식사하러 왔는데 미운 사람이라고 밥을 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과 똑 같은 사람이 됩니다 배 고프다면 드려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