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에는 손님들이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착하신 봉사자 분들이 참 많이 오셨습니다 북적거리는 잔칫집이 바로 민들레국수집입니다 고마운 분이 선물해 주신 송아지 갈비(일명 엘에이 갈비)는 양념이 아주 잘되었습니다 하루 온 종일 손님들께 내어드렸습니다 치아가 없어서 김치도 못 드시기에 계란프라이를 해 드렸던 분들도 한 접시 가져가십니다 그냥 삼키십니다 온종일 그렇게 실컷 드셨는데도 1리터들이 김치통으로 한 통이나 남았습니다.

아녜스 수녀님께서 과일 세 상자나 선물해 주셨습니다 설거지도 해 주셨고요 마침 태준 씨가가 계양산에 가서 산 밤을 한아름 주워왔습니다 수녀님께 선물해 드렸습니다

맹인인 다니엘 형제가 부인과 손잡고 왔습니다 쌀 한 포대 드리고, 계란도 드리고, 쵸코파이도 한 통 드리고, 수녀님께서 선물해 주신 포도도 드렸습니다 착한 봉사자이신 배문기님이 함께 날라드리느라 땀 좀 흘리셨습니다.

노모와 함께 노숙을 했던 원식 씨가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정식 직원이 된 지 아직 한 달도 채 않되었기에 회사에서 아주 조금 추석 쇠라고 돈을 주었답니다 그래서 식용유 두 병 사들고 왔습니다 참 이쁩니다 달걀과 고기와 반찬을 싸서 보냈습니다.

찬희네에는 고기 볶은 것을 한 냄비 보냈습니다.

동아 아빠인 동윤 씨가 요즘은 노숙을 합니다 기독 병원에서 경비들 눈치보면서 앉아서 밤을 샌다고 합니다 밥을 참 맛있게 먹습니다 차비하라고 만 원을 드렸습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제가 이것저것 실수한 것도 많은데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시니 진짜 고맙고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제야 철이 좀 드려나 싶습니다

가출했던 주헌 씨가 돌아왔습니다 목요일에는 병원에 입원하기로 했습니다 술을 더 먹고 싶어해서 이슬을 한 병 드렸더니 받았던 이천 원은 다시 돌려줍니다 노숙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주헌 씨가 다시 노숙하기에는 몸이 너무 편해졌습니다 힘들어서 노숙을 못하겠다고 백기를 들었습니다 집에 돌아가서 푹 쉬라고 했더니 얌전하게 그렇게 하겠다고 합니다.

저녁에는 베로니카와 모니카와 함께 이모님 댁으로 가서 잡채 한 통을 선물받았습니다 그런 다음 내일 추석 음식을 차리기 위해서 함께 장 보러 갔습니다.

추석에는 조금 일찍 일어나서 점심 준비를 했습니다.

점심을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민들레 식구들이 돌아갈 때는 차비와 담배 그리고 음식을 원하는 만큼씩 나눠드렸습니다.

설거지를 해 놓고 잠시 쉬다가 베로니카와 함께 영종도로 드라이브를 다녀왔습니다.

보름달이 둥실 떴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밥이나 제대로 먹었을까.

추석 다음 날인 어제도 민들레국수집은 잔칫집 같습니다 착하신 봉사자 분들이 어찌나 많이들 오셨는지요.

데레사 자매님, 아가다 자매님, 바울라 자매님이 오셨고요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생 두 명도 왔습니다 멀리 서울에서 이준 아오스딩 형제님이 앞치마 가지고 오셨습니다 배문기 님이 누님과 매형과 함께 왔습니다 옥련동 민들레 식구인 선호 씨와 성욱 씨가 거들러 왔고요 대성 씨도 아침부터 거들어 주러 왔습니다 데레사 자매님의 아들 부부와 손녀와 손자가 왔고요 베로니카와 모니카도 설거지 하겠다면서 왔습니다 민들레 투도 왔습니다 민들레국수집 문을 닫고 베로니카가 짜장면을 내기로 했습니다 네 살배기 정빈이 까지 포함해서 열 여덟이나 되는 봉사자들의 짜장면 파티입니다 식당이 꽉 찼습니다 짜장면을 부탁드렸는데 착하신 주인 부부가 군만두 세 접시나 덤으로 주셨습니다 베로니카가 한 턱 내기로 했는데 그만 아오스딩 형제님이 한 턱 내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이처럼 풍성한 추석에 밥 한 끼 먹지 못하고 굶은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꼬박 굶었다는 분, 컵라면 하나 먹었다는 분, 송편 몇 개로 하루를 보냈다는 분이 많았습니다.

열 시에 시작하는데 아홉 시에 찾아온 분이 있습니다 잔소리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아무 것도 못 먹었답니다 추석에 굶었다는데 잔소리가 나오다가 다시 들어갔습니다 조금씩 드시라고 할 수 밖에요 배고프다고 급히 드시면 체하니까 조금씩 천천히 드세요.

그제 남은 송아지 갈비도 내어드렸습니다 한 손님이 식사를 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왔습니다 고기가 더 먹고 싶어서 체면불구하고 왔다고 합니다 더 드시라고 했습니다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이 문을 여는 동안인 일곱 시간 동안 다섯 번이나 식사를 하신 분도 있습니다 돌아서면 배 고프답니다.

베로니카가 이층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리 정돈을했습니다 침구도 새것으로 바꿔주었습니다 제가 호강입니다.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써야할 원고를 쓰려면 머리 싸매고 지내야할 것 같습니다 알게 모르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결실을 맺으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