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터무니없는 일을 하나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데레사 수녀님이 열네 살 소년(변광수)과 정신지체 2급인 스물두 살 청년 두 명(조만석과 전성수)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일을 나누시더니 아이들과 토요일마다 공원에서라도 밥 먹은 다음에 배우고 싶어하는 공부를 가르치면 안 되나요 물어보십니다 저야 물론 대환영 입니다 늦은 아침을 먹은 일행이 공원에 가서 한숨 자고 서울 올라갈 즈음에 다시 밥 먹으러 오기로 했습니다.

식사가 끝난 다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왜 시설에 들어가지면 될텐데요

싫어요.

변광수는 아빠에게 돌아가고 싶어요

두 살 때 엄마가 도망가고, 아빠가 야구 방망이로 때려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몸에는 아직도 퍼런 멍 자국이 많이 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는데 탁구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정신지체인 청년 둘은 아주 착합니다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고, 주소가 되면 기초생활 수급권자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소년은 더 나빠지지 않도록 보살펴야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보다는 수요일까지 좀 친해진 다음에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착하게 살고 자유롭게 살도록 옆에서 바람막이가 되어주어야겠습니다. 허름한 방이지만 민들레국수집 근처에 집을 얻어도 좋다고 했습니다.  수요일에 정하기로 했습니다.

아침 일찍 나왔습니다.  흥남상회에서 마늘을 갈았습니다.  청양고추를 사려고 했더니 고추가 금값이라며 좀 쌀 때 사라며 말립니다.  얼마나 착하신 분이신지 비싼 것은 절대 팔지 않습니다.  마늘만 갈아서 국수집으로 왔습니다 오전 여덟 시입니다 배고픈 분이 많습니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밥을 했습니다 아홉 시 십 분에야 밥이 다 되었습니다 어제도 굶은 분들이 몇 분이나 되었습니다

동네의 보살 할머니가 밑반찬을 조금 가져오셨습니다 지훈이 할머니는 바쁘면 거둘어 주시려고 왔습니다.

순두부를 참 잘 드십니다 그 많은 순두부가 하루를 못 견디고 오후 네 시에 떨어졌습니다 주헌 씨가 순두부 참 맛있었다고 합니다

아가다 자매님께서 몸살이 나셨다고 합니다

서은영 자매님과 레지나 자매님이 오셨고요 용현동 성당 아모스 두레에서 네 명의 청년들이 와서 거들어주고요 최한순 자매님과 바울라자매님이 오셨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감자 요리를 참 좋아하십니다 오징어젓도 엄청 좋아하시고요 내일은 잡채를 하려고 준비해 놓았습니다.

옥련동 민들레의 집의 요리사인 선호 씨가 점심무렵에 왔습니다 수도꼭지가 고장이 나서 고쳐달라고 했더니 아주 깔끔하게 수리해 놓았습니다 너무 이뻐서 요리사에게 제일 필요한 갖은 조미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참기름, 깨소금, 물엿, 설탕, 소금, 국간장, 진간장, 전분 등등을 챙겨주었습니다.

착하신 데레사 자매님이 다른 일로 급한데도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면서 몸매가 비슷한 원식 씨 모친이 입으실 옷가지를 챙겨 오셨습니다 원식 씨 모친이 얼마나 고마워하는지요 고맙습니다.

오늘은 정말 손님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참 잘 드십니다 새로 오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식사 후에 담배 한 개피 권해드리니까 이렇게 말합니다.

밥도 주고, 담배도 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