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입니다. 

비가 하염없이 내립니다.

베로니카와 함께 마리오 아저씨의 소원인 간이침대를 사러 다녀왔습니다.  마리오 아저씨가 어느 날 자기 소원이 하나 있다면서 자기 사는 곳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성당 밖 처마 밑이 자기 잠 자는 곳이랍니다.  간이 침대만 하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합니다.

담요 한 장과 벼게 하나와 간이침대를 가지고 베로니카와 모니카와 함께 같습니다.  비가 내리는데 우산도 없이 마리오 아저씨가 비를 맞으면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습니다.

마리오 아저씨에게 간이 침대를 드렸습니다.  펴 보더니 활짝 웃습니다.  벼게와 담요를 드리니 온 세상을 얻은 듯 행복해 합니다. 

지난 7월 9일에 마누엘라네 가족을 위한 방을 빌렸습니다.  그 방이 이제 다 지어졌답니다.  마누엘라와 함께 집주인을 찾아갔습니다.  마누엘라는 스물여덟 인데 아이가 일곱 명입니다.  두 아이가 벌써 초등학교를 다닙니다.  민들레국수집 장학생이기도 합니다.  집에 쌀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없답니다.  아이 아빠에게 장사 마치고 돌아올 때 쌀 1킬로 한 봉지를 사오라고 했답니다.

마누엘라와 함께 우산도 펼칠 수 없는 좁은 골목길을 돌아돌아서 찾아갔습니다.  집이 거의 지어졌습니다.  집주인 아저씨가 내일까지 사다리를 만들어 놓겠다고 합니다.  그래야 마누엘라 가족이 살 방으로 출입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조그만 방에 아홉 명의 가족이 살아야 합니다.

집주인 아저씨가 월세를 1,700페소로 깎아 주겠다고 합니다.  참 마음이 너그럽습니다.  300페소는 남자 어른 하루 막노동을 해야 벌 수 있는 큰 돈입니다.  영수증을 받았습니다.  내일 마누엘라 가족은 이곳으로 이사합니다.  4월 20일경에 불이 나서 성당 마당에서 이재민 생활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전 살던 곳으로 돌아옵니다. 

리카메이네 집에 들렸습니다.  지난 번에 드린 7,000페소로 번듯하게 양철 지붕을 올렸습니다.  올망졸망 있던 아이들도 한결 편안한 모습입니다.  리카메이네 집에도 쌀이 없습니다.  아빠는 일하러 갔다는데 돌아오면서 쌀을 사오지 못하면 온 가족이 굶어야 합니다.  리카메이가 민들레국수집에서 왜 다섯 번이나 밥을 먹는지 알 것 같습니다.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쌀가게에 가서 쌀 2킬로가 담긴 봉지로 두 봉지를 사서 마누엘라와 리카메이네 집에 나눠주었습니다.

쌀 한 봉지를 소중하게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가는 마누엘라의 모습.

아기들에게 밥을 먹일 수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