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는 많이 걸어서 다리가 아프고 쥐가 났어도 행복했습니다.  꿈 같았던 민들레 희망센터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아기 돐 기념잔치를 하는 대신에 아기를 위해 잔치 비용을 전부 우리 VIP 손님들 식사 비용으로 기증하신 아기 부모가 민들레국수집에서 손님들 식사 대접을 하고 설거지를 하는 봉사를 했습니다.  아기 아빠와 잠시 쉬는 틈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가 우리 손님들에게 몸을 씻고 빨래도 하고 차와 커피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쉬기도 하면서 노숙생활에 지친 우리 손님들이 쉴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꿈이라고 했습니다. 

얼마 지난 후 돐잔치를 민들레국수집에서 치른 아기 아빠가 찾아왔습니다.  사실은 자기는 보건복지부 직원이랍니다.  지난 번 노숙인들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거들어주고 싶답니다.  그러면서 성공회 재단을 통해서 지원해 주면 어떻겠느냐고 합니다.  천주교 재단이라면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인천교구를 통해 민들레희망지원센터를 열 수 있도록 지원받았습니다. 

인천교구를 통해 지원 받은 자금으로 건물을 샀습니다.  건물은 인천교구 재산으로 되었고 민들레국수집은 노숙인들을 위해 이 건물을 사용하는 동안은 무상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민들레희망지원센터의 운영비는 전적으로 민들레국수집에서 책임을 지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일년 이상 민들레희망지원센터 운영 상황을 인천교구 사회복지회에 보고했습니다.  그러다가 운영비도 지원하지 않는데 운영 상황을 보고 받는 것이 미안하다면서 보고하지 않아도 좋다고 했습니다.  

건물 리모델링을 하고 가구와 집기를 마련하면서 힘들었지만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우리 VIP 손님들에게 참으로 귀한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도서관을 만들고 민들레 진료소를 열고 샤워하고 빨래를 깨끗하게 한 우리 손님들을 위해 민들레 옷가게도 열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냄새난다고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던 찜질방에 우리 손님들을 보내면 대환영을 합니다.  그래서 찜질방 표를 대량으로 주문하면서 할인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VIP 손님들이 감기 몸살로 아프거나 갑자기 춥거나 하면 찜질방 표를 나눠드리곤 했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스스로 살아날 수 있도록 책 한 권 읽고 독후감을 간단하게 발표하면 독서장려금으로 삼천 원 씩 드렸습니다.

우리 손님들의 하소연을 모두 다 들어주고 또 들어주고 위로의 말을 아끼지 않았던 민들레 베로니카.  참 애 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옥상 화단을 만들고 곳곳에 꽃을 심고 가꾸어서 우리 손님들이 행복해졌습니다.  민들레희망지원센터를 이용하는 회원수가 삼천 여명에 육박했습니다.  운영비가 많이 들었지만 새록새록 살아나는 손님들 모습을 보는 기쁨에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

손님들이 한 분 두 분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다섯 해를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참으로 난감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고민고민하다가 민들레희망지원센터 건물을  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민들레국수집 근처로 작은 집을 월세로 얻어서 민들레희망지원센터를 이용하던 우리 손님들을 다시 모셨습니다.  이름은 민들레희망센터로 했습니다.

먼저 샤워하고 빨래할 수 있는 곳을 마련했습니다.  민들레진료소도 어르신 민들레국수집을 이용했습니다.  인문학 강의도 민들레국수집에서 계속했습니다.

손님들이 책을 읽고 싶다고 하소연을 계속 했습니다.

베로니카께서 침으로 힘겹게 없는 돈인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민들레 도서관을 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야 지난 세월 우리 손님들에게 참으로 절실했던 모든 기능들을 다시금 조그맣게 회복했습니다.  민들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