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붑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는 분들의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이제는 김장준비를 서서히 해야합니다.

민들레국수집의 김장은 참으로 놀라운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2003년 민들레국수집이 첫겨울을 맞이할 때는 김장을 할 꿈조차 꾸지 못했습니다.  그저 우리 손님들께 밥이나마 대접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텅빈 쌀독이 얼마나 마음조리게 했는지 모릅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즈음입니다.  이르미나 자매님과 세실리아 자매님이 에이즈 공동체를 방문하면서 민들레국수집에 보낼 갈비 반짝도 가져왔다면서 가져가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차비를 아낄 욕심에 무거운 갈비 반짝을 번쩍 들고 용감하게 걸었습니다.  얼마 걷지 못하고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 기사에게 민들레국수집 골목 입구에서 차를 세워달라고 했습니다.  골목길로 차마 들어가자고 말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친절한 기사 양반이 국수집 앞에까지 차를 몰았습니다.  기사양반이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물어봅니다.  배고픈 분들을 위한 민들레국수집이라고 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차비를 받지 않고 그냥 갔습니다.

두세 시간이 지났을 무렵입니다.  택시가 민들레국수집 앞에 서더니 기사께서 내립니다.  그리고 조심스레 물어봅니다.  혹시 김치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당신의 형님이 강화도에서 식당을 했는데 좋은 일로 식당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그 김치를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배추김치, 무김치, 순무김치 등등

첫 해 겨울에는 우리 손님들이 참 맛있는 김치를 원없이 푸짐하게 드셨습니다.

2004년과 2005년에는 봉화에 사시는 바오로 형제님의 도움으로 유기농 배추로 엄청나게 많은 김장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토굴에 저장해 두고 청송교도소를 다녀오는 길에 들러 김치를 실어오곤 했습니다.

그후로는 민들레국수집에서 김장을 했습니다.  어느날 민들레국수집에 배추가 내려지면 김장을 하는 것입니다.  동네 분들도 거들어 주시고 그랬습니다.  안젤라 자매님과 많은 분들이 고추가루를 보내주시고, 농사지은 무를 뽑아다 주시고.....  펄펄 살아있는 생새우도 보내주시고... 직접 담근 젓갈도 보내주시고, 좋은 소금도 보내주시고... 저절로 김장이 된 것처럼 놀라운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몇 해 전부터는 여성 평가사 자매님들이 김장 비용을 내 주시고 또 직접 민들레국수집에 오셔서 김장을 거들어주시곤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2014년 12월에는 어떤 김장을 마련될까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