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입니다허리가 아파서 조심조심 병원으로 걸어갔습니다보통 걸음으로도 걷기가 힘이 듭니다 쉬엄쉬엄 걸어가는데 어느 음식점을 곁눈으로 보았습니다 손님도 없습니다잘 보이는 곳에,

"번성케 하소서"

나무판에새겨진 글입니다

하는 일마다 뜻대로 잘 된다면 사람이 살 수 없는 끔찍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저 하느님의 뜻대로 이루어져야 지상의 천국이 지금 여기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허리가 아프지 않을 때는 동인천에 있는 한방병원까지 걸어다니는 것이 멀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만 지금은 진땀이 납니다 그래도 좋으신 의사선생님이 치료를 잘 해 주시니 감지덕지입니다 누워서 침도 맞고, 뜸도 뜨고, 부항 치료도 했습니다 허리에 테이프도 붙였습니다 걷기가 한결 좋아졌습니다 최대한 쉬어야 한다고 합니다 사람도 건강하기만 하다면 생명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허리 아픔으로 하느님 고마운 줄 알겠습니다 그리고 아파야 나을 수도 있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고요.

암세포를 생각해 봅니다 암세포는 하는 일마다 잘 됩니다. 참으로 번성케 하소서 라는 말대로 이루어집니다 암세포가 하는 일이 하는 일마다 잘되어서 더는 번성할 수 없을 때 죽음으로 몰락합니다 암세포는 하는 일마다 잘 못 되면 참 좋겠습니다.

정상세포는 이웃 세포를 위해서 자기를 내어놓을 준비가 항상 되어있다고 합니다 모든 세포들이 정상세포로 서로를 위해 생명을 나눌 수 있을 때 사람은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을 위해 자기 것을 내어주는 것이 아까워진 세포는 점점 암세포로 변합니다 암세포로 변하면서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게 됩니다 하는 일마다 잘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공하자마자 죽음입니다

밤에 잠을 자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일어나려면 한참을 끙끙대야 합니다 허리를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실감합니다 한 발 한 발 겨우 움직입니다

어제와 오늘은 푹 쉬고 있습니다 어제는 집에 혼자 있으면서 하루 세 끼니를 해서 먹었습니다 청국장을 끓여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늘은 묵은 김치에 돼지고기 듬뿍 넣고 김치찌게를 끓여서 아침과 점심을 먹었습니다 하루 온종일 밥 먹고 누워서 쉬다가 찜질하면서 그렇게 보냈습니다

허리가 나을 때까지는 민들레 식구들의 도움도 많이 받을 것입니다 봉사자 자매님들의 도움도 많이 받을 것입니다 틈만 나면 의자에 앉아서 입으로만 일하면서도 하는 일마다 간혹 잘 안되는 것이 은총 이라는행복을 누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