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투가 입양이 될 뻔했다가 안되어서 참 다행입니다 오늘은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았습니다 이제는 재롱도 부리고 앙탈을 하기도 합니다 고양이는 창고가 자기 집인양 혼자서 잘 놉니다.

아침 일찍 이슬왕자님이 술도 먹지 않은 맨 정신으로 왔습니다 오늘 병원에 입원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번에는 다섯 달을 병원에 있다가 추석 전에 나왔는데 겨우 25일만에 밥도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술을 알맞게 조절해서 먹으면 될 줄 았았는데 조절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베로니카가 입원 준비 물품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슬리퍼와 양말, 그리고 속옷과 세면도구를 새 것으로 마련해서 보내왔습니다 입원하기 직전에 한 잔만 먹을 수 없느냐며 애원을 합니다 한 병을 단숨에 마셔버렸습니다.

병원 직원이 입원 서류를 작성하면서 무슨 관계인지 물어봅니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관계라고 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왜 아무 관계가 없는데 도와주는지 물어봅니다 병원 매점에 용돈으로 오만 원을 넣어드리고 아껴서 쓰라고 했습니다 전에 고정선 의원에 있을 때는 외상도 했는데 이곳에서는 어려울 것입니다

영환 씨는 서른 여섯 살입니다 간질 증세가 있습니다 저녁 먹으러 오면 떡이라든지 라면이라든지 먹을 것을 좀 달라고 합니다 목요일과 금요일은 굶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근처에 있는 사랑밭이나 성언의 집에 가서 식사하면 안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한 번 같다가 창피만 당했다고 합니다 젊은 사람은 오지 말라고 하기 때문이랍니다

오늘도 병원에 가서 침을 맞고 뜸을 뜨고 부항 치료도 했습니다 걷는 것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좀 더 조심 조심해야겠습니다.

찬바람이 화도고개에 붑니다 가을이 깊어졌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감기에 걸린 사람이 많습니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날씨에 우리 손님들이 견디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청송 보호감호소에서 올 삼월에 출소했다는 분이 있습니다 계속 민들레국수집 근처에서 노숙을 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손수레를 끌면서 파지를 줍기 시작합니다 하루에 오륙천 원 정도 번다고 합니다 부지런히 모아서 쪽방이라도 마련해야 하는데 한숨만 나온다고 합니다 다시 교도소 가기는 죽어도 싫고, 살 길은 없고 참으로 대책이 없습니다 이 정도의 결심이야 금방 무너질테고 아무튼 지켜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