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민들레 식구인 주헌 씨의 누님이 오셨습니다 아주 옛날 미국으로 이민가신 누님이 주헌 씨 가족 전부를 미국으로 초청했습니다 주헌 씨도 미국으로 갔습니다 미국에서 누님의 주선으로 결혼도 했고요 그러다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이혼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영주권 수첩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런 다음 동인천 역근처에서 노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동인천역 근처에서는 처음으로 노숙을 시작했을 것입니다 십여 년 동안 노숙하면서 백내장 수술도 고마운 분의 배려로 했지만 또 재발되어버렸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이야기가 텔레비전에 나가고 얼마 후에 제가 책을 한 권 내었는데 주헌 씨 누님의 친구 분이 책을 미국에 있는 자녀들에게 보내려고 샀다가 우연히 주헌 씨 이야기를 읽고는 미국의 주헌 씨 누님과 연락이 되었습니다 그 후 주헌 씨 매형은 두 번인가 주헌 씨를 찾아왔었고, 이번에 처음으로 누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주헌 씨가 오빠같았습니다 주헌 씨 누님 일행을 모시고 대성 씨와 함께 주헌 씨 집으로 갔습니다

대성 씨와 민들레국수집으로 올라오는데, 대성 씨가 이런 말을 합니다 올해는 생전 처음 고모가 자기를 찾아 왔고, 주헌 씨도 누님이 찾아왔으니 분명 올해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좋아합니다 살아있으면 이렇게 좋은 일도 있게 됩니다.

민 비오와 엘리사벳 부부 그리고 크리스티나 자매님이 콩설기와 쑥절편, 흰절편 다섯 상자를 선물해주셨습니다 우리 손님들과 나눠 먹었고요 한 상자는 송림동에 있는 사랑의 국수집이라는 독거노인들 저녁을 해 드리는 곳에 보내드렸습니다 나눠 먹으면 두 배는 더 맛있어지는 법이거든요.

착한 분께서 제가 침을 맞으러 간 사이에 유기농 달걀을 90판이나 선물해 주셨습니다 이 많은 달걀을 어쩌면 좋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다섯 판을 계란말이를 만들었습니다 세 판은 외손주를 돌봐주시는 지희 할머니께 아기들 달걀요리 해 드리라고 드렸고요 아흔 아홉 살 할머니 댁에 두 판을 가져다 드렸습니다 찬희네에도 달걀을 두 판 보냈는데 집에 아무도 없어서 그냥 돌아왔습니다 마침 맹인인 다니엘 부부가 쌀을 나눠달라고 오셨습니다 쌀과 함께 달걀 세 판을 보내드렸습니다 모니카가 요리학원에 다녀왔기에 사랑의 국수집에 달걀을 열 판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아가다 자매님께서 쌀을 전달해드리는 스물 세 가구에 달걀 한 판씩 나눠드리라고 스물 세판을 모니카 차 편으로 보냈습니다 일흔 넷이신 경희 할머니에게는 한 판을 드렸고요 오늘은 일곱 판을 깨어서 달걀말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쌀을 나눠달라는 동네 분이 있어서 고민을 하다가 한 포를 나눠드렸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의 쌀이 좀 아슬아슬할 것 같아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인천의 도시개발 공사에서 동구청에 쌀을 지정 기탁을 한 모양입니다 20킬로들이 스무 포를 국수집에 내려놓고 가셨습니다 쌀을 나눠달라고 할 때 흔쾌하게 나눠드릴걸.. 저는 참으로 쫀쫀한 사람입니다.

연안부두에서 장사를 하시는 아녜스자매님과 교우분들이 어제도 전어 세 상자와 동태머리 두 자루를 보내주셨습니다 지난 번에 보내주신 전어는 프라이팬에 노릇노릇 구워서 손님들께 대접했고요 게는 간장게장을 담았다가 어제부터 내었는데 어찌나 맛있게들 드시는지 감탄했습니다 얼마나 좋으시면 짠 간장 게장을 한 접시씩 담아 먹을 수 있는지요! 잔소리하고 싶은 것을 참느라 고생했습니다.

보살 할머니께서 참기름 두 병을 선물해주셨습니다 소주병으로 두 병입니다 보살할머니는 연세가 여든여섯이나 되십니다

"성불하십시오."

우리 손님이 감기약이 있으면 좀 달라고 합니다 집도 절도 없이 감기에 걸렸으니 큰일입니다 그냥 돈을 드리면 술을 드실 것 같아서 함께 용원약방에 가서 감기약을 지어드렸습니다

허리가 아파서 요즘은 입으로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국수집에 도착하면 대성 씨가 저의 손과 발이 되어줍니다 밥과 국을 어떻게 만들지 입으로만 말합니다 그리고 반찬도 이것저것차리는 것을 말로만 하면 대성 씨가 깔끔하게 도와줍니다그래도 간을 맞추는 것은 제가 해야 합니다.

시장에 가서도 이것저것사면 국수집까지 대성 씨가 날라다 줍니다 허리가 아파도 국수집에 있어야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돌발상황이 생기면 제가 수습하고 그렇습니다 또 제가 있으면 손님들도 제 눈치를 좀 봅니다.

어제는 보나자매님과 봉사자 한 분이 오후에 오셔서 설거지를 도와주셨습니다 보나자매님이 소세지를 많이사오셨습니다 소세지전을 만들었는데 얼마나 잘 들 드시는지요

오늘은 오후부터는 동태머리로 끓인 매운탕 맛을 볼 수 있겠습니다 살이 무척 많이 붙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