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글들 중에 베로니카 이야기입니다. 「어여쁜 베로니카는 저의 아내입니다. 제게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해준 아내를 만난 것은 큰 행운입니다. 베로니카의 따뜻함과 너그러움과 자상한 배려는 저와 만남의 인연이 있는 교도소의 재소자 형제들과 민들레 국수집의 손님들과 민들레 식구들에게는 어머니의 포근한 사랑에 버금갑니다.    베로니카는 지하상가에서 조그만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정성을 다해 민들레 국수집을 찾는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수입의 거의 전부를 내놓습니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외로운 교도소의 재소자 형제들과 민들레의 집 식구들까지 도와줍니다. 자신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 일을 열심히 합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남의 눈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합니다.    가족마저 외면한 교도소의 외로운 형제들에게 편지로 안부를 전하고 있습니다. 달마다 영치금을 넣어주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들을 챙겨서 보내주고 명절과 생일이면 선물을 잊지 않습니다. 1년에 한번뿐인 상가의 여름휴가 때는 편지로만 만나던 재소자들을 직접 찾아가 만납니다. 어떤 가족이 그처럼 정성스럽게 옥바라지를 할 수 있을까 감탄할 정도입니다.    노숙을 하면서 외롭게 살아왔던 민들레의 집 식구들마저 가족처럼 여기며 보살핍니다. 어느새 열 분이나 되는 민들레의 집 식구들 한 분 한 분의 생일을 저도 모르게 돌봐주고 챙겨주고 잔치를 열어줍니다. 옷이 허름하면 어느새 새 옷으로 갈아입도록 해줍니다. 민들레의 집 식구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면 어찌나 정성스럽게 병간호를 해주는지 놀랄 정도입니다. 입맛이 없다고 투정하면 전복죽을 해서 나릅니다. 머리를 감겨줍니다. 얼굴을 씻겨줍니다.    며칠 전에는 정신지체 1급인 춘자씨가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베로니카에게 춘자씨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드렸습니다. 춘자씨의 머리를 감겨주고, 옷을 갈아 입히고, 옷가지는 집에 가져와서 말끔히 빨아서 떨어진 곳은 꿰매고 다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목욕도 시켜주었습니다.  베로니카가 몸살을 앓았습니다. 몸살로 아파하면서도 웃습니다. 다음에는 간병하는 교육이 있으면 받아야겠다고 말합니다. 힘들지만 민들레 식구들이 아기처럼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힘든 줄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베로니카는 옷가게가 본업이 아니라 사람으로 사는 것이 본업인 모양입니다. 베로니카의 따뜻함과 너그러움과 자상한 배려로 변할 것 같지 않던 이들이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행복을 누립니다.」                                                                                          (서영남- 민들레 국수집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