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식구인 윤기성(28세) 씨에게 민방위 훈련 통지서가 나왔습니다 병역문제는 없는 것이 확실합니다 두려움으로 몇 년을 숨어서 지낸 생각을 하면 약이 오릅니다 또 건강보험료도 나왔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빈털털이인데도 만 사천 몇 백원이나 나왔습니다.

원식 씨 가족이 민들레 식구가 된 지 벌써 여섯 달이 넘었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원씩 씨가 집세를 내기로 했습니다 쌀과 반찬은 당분간 더 도아주기로 했습니다 차츰 살아나는 모습을 봅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가을 비에 한 동안 민들레국수집이 한산했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재고 있을 것입니다 한 벌 뿐인 신세라서 비에 젖으면 큰일납니다 이처럼 갑자기 비가 내리면 국수집이 한산해집니다 그렇지만 비가 그칠 낌새를 보이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한 벌 뿐인옷이 비에 젖더라도 식사하러 옵니다 오후 네 시부터는 우산도 없이 비에 젖어서 몰려들었습니다

오후 다섯 시가 훨씬 지나서야 손님들이 식사를 끝마쳤습니다 오늘은 기성 씨의 첫월급을 탄 것을 축하하면서 짜장면 파티를 하는 날입니다 기성 씨와 바울라 할머니, 종경 씨와 최신호 님, 선호 씨와 성욱 씨와 대성 씨와 저 이렇게 여덟 명이 동네 중국집에 갔습니다 쟁반 짜장 육인분을 시켰는데 보너스로 군만두 두 접시가 나왔습니다 아주 맛있는 짜장면 파티였습니다.

기성 씨는 고아원을 나와서 막노동을 하다가 허리를 다쳐서 어쩔 수 없이 노숙을 했습니다 그런데 징병검사를 받고 공익근무 판정을 받았는데 현역도 아니고, 노숙을 하면서 공익근무를 할 수 없어서 숨어 살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자수하기 위해서 변호사를 찾아보고 알아보았더니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말소된 주민등록도 복원을 하고 호프집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한 달을 했습니다 겨우 육십 몇 만원이지만 평생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돈을 받아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