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노숙하기 참 어려운 계절입니다.

참 무덥습니다. 이토록 무더운 날, 노숙인을 위한 무료밥집?민들레국수집에 식사하러 오시는 손님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생각합니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흐릅니다. 방 한 칸 마련할 길이 없는 우리 손님들이 거리에서 노숙하기에는 참으로 괴로운 계절입니다. 낮에는 무덥고 밤에는 모기 때문에 잠자는 것을 포기해야합니다. 땀에 옷이 흠뻑 젖어도 갈아입을 옷조차 없습니다. 그저 수건으로 땀을 훔쳐내고 땀에 젖은 옷을 물기를 털고 다시 입을 뿐입니다. 배는 고프고 돈은 한 푼도 없고 무료급식이라도 먹어야하는데 여름휴가로 문을 닫은 곳이 많아서 한 끼 밥을 먹을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는 인천에서 뿐 아니라 멀리 서울에서도 오시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오려면 전철은 타야합니다. 우리 손님들은 표를 살 돈이 없어서 눈치껏 무임승차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도착해서 나오면서 또 역무원의 눈치를 살펴야 합니다. 가까스로 동인천역을 빠져나왔지만 민들레국수집에 오기까지는 거의 800미터는 뙤약볕 속에 땀을 흘리면서 걸어야 합니다. 민들레국수집에 도착해서 접시에 밥과 반찬을 담을 때 남기지 않도록 욕심을 조절하면서 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료급식을 하는 곳에서는 밥이나 반찬을 남겼다가 혼이 나기 일쑤입니다. 자존심 상하기 싫어서라도 밥과 반찬을 남기지 않으려면 조심해서 조금 덜 접시에 담아야 합니다. 그래도 민들레국수집은 간단한 뷔페식이라서 반찬을 선택해서 먹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좋다고 합니다.

여름이 좋습니까? 겨울이 좋습니까?

손님들께 여름이 좋습니까? 겨울이 좋습니까?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겨울이 좋다고 합니다. 얼어 죽을 위험이 있어도 여름보다 겨울이 좋다는 우리 손님들이 이 무더운 여름에 얼마나 힘이 드실까! 가슴이 먹먹합니다. 요즘은 늦어도 아침 여덟 시에는 민들레국수집에 도착해야 합니다. 민들레의 집 식구들이 아침식사를 하고 나면 곧바로 우리 손님들이 오시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찾아주시는 말없는 손길들

멀리 하남에서 마태오 형제님이 봉사하러 오셨습니다. 참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이렇게 자발적인 나눔을 하실 수 있을까! 아무 대가도 없는데도 찾아와서 우리 손님들을 대접하고 설거지하고 밥상을 닦고 채소를 다듬는 허드레 일을 기쁘게 하시는 착한 마음은 놀랍습니다. 오늘은 주안 8동 성당의 레지오 단원 자매님들께서 오시는 날입니다. 애호박 부침개도 만들고, 쪽파도 다듬고 감자도 손질해서 맛있는 반찬을 만들었습니다.

점심 무렵에 고마운 밀알회 자매님들이 쌀과 완두콩을 한 아름 준비해서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아껴 모으신 후원금도 주셨습니다. 개인택시를 하시는 분이 오셔서 살짝 쌀을 내려놓고 가셨습니다. 또 어떤 고마운 분께서 이름을 밝히지도 않으시고 민들레 희망센터를 찾는 손님들께 드리라면서 양말을 보내주셨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맛있게 식사를 드신 우리 손님들이 꾸벅 인사하면서 돌아갑니다.

어느새 하루가 저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