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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변을 둘러보면 곳곳에 ‘민들레’가 피어있다. 언덕 아래에 있는 ‘민들레 공부방’에서는 아이들의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언덕 위에는 식사 준비에 한참인 봉사자들과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들의 행복한 미소가 눈에 들어온다.
마을 옆쪽으로 가다보면 ‘민들레 옷방’이, 또 한 쪽으로 걷다보면 ‘민들레 희망지원센터’가 보인다. 모두 서영남(57) 씨의 그 동안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아름답게 핀 민들레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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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 화수동 바닷가를 옆으로 한 마을에서 밝은 웃음이 가득한 ‘민들레 국수집’을 만났다. |
지난 15일, 서영남 씨는 매일 노숙인 400여 명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한 공로를 인저 받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석류장)을 받았다.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도 두 차례나 소개돼 이미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민들레 국수집’의 사장님이 바로 서영남 씨다. 기자가 찾은 날도 서 씨는 여전히 밝은 미소로 노숙자들과 함께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서 씨는 천주교 수도사 생활을 하다가 지난 2003년부터 재소자와 노숙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민들레 국수집 외에도 다양한 민들레 가게들도 운영하고 있으며, 딸 모니카 씨와는 자주 교도소를 찾아 재소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서 씨의 일주일은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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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운 날씨에도 미소를 잃지 않은 채로 쉴 새 없이 바쁜 서영남 씨. |
서 씨가 맨 처음 문을 열게된 ‘민들레 국수집’은 화수동 언덕 꼭대기 쯤에 자리해 있었다. 들어가보니 일반 음식점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러나 이 곳에는 계산하는 카운터도, 종업원이나 가격표도 없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무료급식처럼 배식인원이 서있지도 않다. 모두가 각자가 원하는 만큼, 자율적으로 음식을 가져다가 먹을 수 있게끔 뷔페식으로 구성돼 있었다.
부엌 한 편에서 열심히 식재료를 옮기고 있는 서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시종일관 밝은 웃음을 잃지 않은 채로 그의 주변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같은 웃음으로 곁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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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식사시간을 피해 2~3시쯤 방문했으나, 여전히 ‘민들레 국수집’의 손님들은 끊이질 않았다. 손님들의 방문은 5시까지 이렇게 끊임 없이 이어진다고 한다. |
서 씨는 이 가게, 저 가게 옮겨다니며 노숙인들을, 또 아이들을,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느라 바빴다. 그 와중에도 고민을 털어놓는 여러 사람들은 물론 서 씨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까지 가게 앞은 그야말로?문전성시다.
그런 와중에도 서 씨는 계속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식사시간이 끝나갈 무렵에서야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서 씨는 그제서야 겨우 숨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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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씨는 ‘민들레 국수집’ 외에도 동네 이곳저곳에 열려있는 여러 민들레 가게들을 바삐 오가고 있었다. 식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서씨의 하루는 쉴 새 없이 무척 분주했다. |
8년째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서 씨에게 무더위에 힘이 들지는 않냐고 물었다.
“저는 이 일을 하면서 힘이 든 적은 전혀 없습니다. 처음 시작했던 2003년 4월 1일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 때 식탁하나 놓고, 손님들에게 국수라도 대접해보려고 시작했다가 나날이 발전해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그 때부터 저는 오히려 더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더운 날씨에 여기까지 찾아오시는 우리 손님들이 힘이 드실까봐 그게 더 걱정입니다.”
밝은 웃음과 함께 서 씨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오직 손님들 걱정만을 하고 있었다.
대통령 훈장 수상 소감을 묻자 그는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했다.
“상을 받는 순간에도, 지금도 얼떨떨할 따름이지요. 그런 것은 저 같은 사람이 아닌, 대단한 분들에게 주셔야 할 것 같은데 저에게 주신다고 하여 처음엔 계속 거절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거절만 하다가 ‘아! 이 상을 받음으로서 내가 만나고 있는 우리 제소자들을 위한 탄원서 같은 것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하여 그제서야 겨우 생각을 바꾸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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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들레 국수집’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봉사를 자처하고, 전국 각지에서 모이고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에는 전라도 전주에서 온 가족이 함께 휴가를 반납하고 봉사활동을 왔다. |
KBS 인간극장에서도 두 차례나 방영된 민들레 국수집. 사람들은 이곳을 통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인정을 찾았고, 따뜻한 빛을 보았다고 했다. 서영남 씨는 봉사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남달랐다.
“봉사는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나 있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에게, 주는 입장과 받는 입장을 구분해서 봉사를 하게 된다면 그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봉사 역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다는 생각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계산 없이, 그리고 아낌 없이 돌봐주고 사랑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봉사라고 생각해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사람’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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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우리의 이웃들에게 서 씨는 진심어린 조언과 도움을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서 씨를 찾아와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고, 서 씨는 이웃들의 손을 꼭 잡아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
8년 전 ‘민들레 국수집’에 이어 지금은 옷방은 물론 공부방 등에도 ‘민들레’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렇게 많은 가게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물었다. 한참을 회상하던 그는 “처음에는 제가 가진 것들이 별로 없었어요. 당시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국수대접 밖에는 없었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그렇게 생활하다보니, 오직 식사 대접이 아니라 우리 손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배가 고파서 밥을 먹는 것보다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끔 도와줄 수 있는 바로 ‘문화’적 도움이라고 생각했어요. 주린 배를 채우는 것보다 머릿 속에 무언가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다양한 활동을 하게되고, 생각도 넓어지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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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처음 시작한 ‘민들레 국수집’ 이후 이 마을에는 수많은 민들레 가게가 생겨났다. 옷가게, 희망지원센터, 공부방 등 모든 장소가 모든 사람들에게 활짝 문을 열고 반겨주고 있었다. |
그는 지금도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독서 장려활동도 하고 한편, 기타 여러 활동을 통해 문화적인 소양을 키워주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제가 그들에게 밥이 아닌 마음과 머리를 배부르게 해주니 사람들이 일어설 마음가짐을 갖게 되고, 일어서려고 계속 노력을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며 이런 활동들을 통해?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갓난아기도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 하지는 않지요. 시간이 돼서 더 자라나면, 그리고 처음부터 배우면 언젠가 분명히 스스로 걸음마를 떼고 일어서 걷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에는 단계가, 그리고 그 단계를 차근차근 도와줄 부모와 같은 조력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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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곳의 도움으로 서씨의 민들레 가게들 외에도 진료소 등 다양한 지원의 손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진은 인하대 병원의 조순구 박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해주는 ‘민들레 진료소’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나 어떤 추억거리는 없었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답했다.
“매일 매일이 제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에요. 하루도 빠짐 없이 기억에 남고, 행복한 추억이 됩니다. 찾아오시는 손님, 그리고 자원봉사 해주시는 분들은 물론 민들레 가게를 거쳐가신 모든 분들이 제게는 특별한 분들이셨고, 또 특별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식사시간이 훨씬 지난 3~4시 무렵에도 손님들이 계속해서 찾아오자 서 씨는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국수집을 포함해 계속해서 피어나고 있는 ‘민들레’ 가게들의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그는 “특별한 계획이나 그런 것은 없어요. 앞으로도 우리 손님들과 같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기댈 언덕이 되어주는 것. 오직 그것만이 예전부터 저의 목표이고, 또 변치않을 계획인 거지요.”라며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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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씨는 앞으로도 우리 어려운 이웃들에게 계속해서 기댈 언덕이 되어주고 싶다고 했다. |
세상이 나아질수록, 우리의 삶이 풍요롭고 커질수록 그림자 역시 커져간다. 그 그늘 뒤편에서 묵묵히 빛을 전해주는 우리내 숨은 이웃들의 모습은, 결코 자신들이 말하는 보통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의 선행이 누군가에게는 빛이 되고 힘이 되며, 또 전 국민에게는 가슴 따뜻한 감동이 된다.
조그만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와 밝은 빛은 주변을 온통 밝게 비추고 있는 듯 했다. 앞을 향하는 자세도 좋지만, 그 길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우리 뒤에서 더딘 걸음으로 느리게 걸어오고 있는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잠깐 멈춰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가져다준 서 씨는 그야말로 훈장감이었다.
정책기자 김준영(대학생) whsau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