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성당, 우리 회합실이 있는 게 당연하게만 여겨진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것이 다 갖추어지지 않았어도 하나씩 만들고 준비해 가는 것이 행복하다는 송도 국제도시 성당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들. 신설 교사회의 오목조목 알찬 1년을 들여다보았다.

7층, 여섯 명의 살림꾼

건물 7층에 있는 송도 국제도시 성당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회에는 알토란같은 살림꾼들만 모였다.

이곳으로 오기 전부터 시작해 16년째 교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박부애 아녜스, 결혼 전 교사를 했던 경험을 되살려 교사회에 돌아온 이금란 레오니아, 아무것도 몰랐던 신입이지만 정말 착실히 일을 잘하는 이광남 마리아, 개신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했는데 하나를 부탁하면 둘을 가져올 정도로 열심인 송영신 젬마, 노래도 잘하고 전례에 맞춰 다재다능한 능력을 보여 주는 한효숙 로사, 안타깝게도 참석하지 못한 이종분 마리아 교사까지 자모 교사만 여섯이다.

교사회합실의 살림 장만

기자가 회합실을 둘러 보고 있자니 교사들이 “여기 있는 칠판 빼고, 책장들이랑 책상이랑 다 주워 오고 얻어 온 거예요. 마당발인 신부님께서 여기저기서 얻어다 주기도 하셨고 다들 새로 입주해서 버린 가구들을 잘 챙긴 덕분이에요.” 하며 수줍게 웃는다.

교사들은 한창 아이들이 쓴 카드를 모아 신부님의 영명 축일 선물을 만드느라 바쁜 눈치였다. 한 교사가 커다란 컷팅기(일명 작두?)로 종이를 자르고 있기에 쳐다보니 집에서 이것저것(얼음통까지!) 가져다 쓴다면서 또 쑥스럽게 웃는다.

박부애 교감은 “수녀님도 안 계시고 다들 가정을 꾸려가야 해서 어려운 점도 많을 텐데 하나같이 맘에 쏙 들게 잘 해주어 정말 든든해요.” 하고 흐뭇해한다.??????

신설이라도, 7층이라도

그야말로 아무 자료도 없는 신설 본당이니 처음 시작할 때 목표가, 잘하든 못하든 그저 모든 행사를 해보는 것이었다고 한다. 성모의 밤, 어린이 날 행사, 여름 신앙 학교, 은총 시장, 성탄제와 놀토까지! 얘기를 듣다 보니 웬만한 본당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안 한 것은 없다.?????

주변에 멋진 개신교 교회가 두 군데나 있고, 힘을 쓸 남자 교사도 없고, 교리실이 부족해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걱정되고, 은총 시장 때는 행사 공간이 없어서 복도에서 하는 등 어려운 점이 많다. 하지만 교사들은 주어진 환경 안에서 부족하나마 놀토 행사(축구와 피구 등)도 두 번이나 하고 얼마 전, 아이들과 쌀을 모아 ‘민들레 국수집’에 기증할 만큼 열성적이고 즐겁게 교사회를 이끌고 있다.

즐거운 미사, 교리책 없는 교리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오용호 세베리노 주임 신부는 매주 미사 때 아이들에게 ‘어린이 강론지’를 주보에 끼워 준다. 강론지에 있는 퀴즈를 풀어서 착실히 모으면 상품도 준다고.

주일학교 교리를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어떤 교리를 원하는지 조사를 했는데 교리만 하는 게 아니라 문화 행사도 많이 바랐다고 한다. 그래서 교리는 30분 정도만 하고 또래끼리 자유롭게 수다 떨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핸드폰 꾸미기, 카드놀이 등도 하고)을 주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보통 아이들이 몇 년씩 성당에 다니다 보니 반복되는 교리 수업에 싫증을 느끼고 있었다면서 내년에는 교리책으로 수업을 할 예정이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행운 가득한 7층 교사회

처음에는 수줍게 성당 앞을 서성이던 아이를 데려오고(그 아이가 지금은 전례부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재미있다고 느낀 아이들이 또 친구들을 데려와서 1년 새 100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 탄탄히 자리 잡은 교사회가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채워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조급해하거나 초조해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살아가다 보니, 주님께서 풍성히 베풀어 주심을 경험했다는 교사들.

더 많이 안다고 더 좋은 곳에 있다고 그만큼 더 잘하는 것도 아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곁에 있는 교사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며 교사들은 서로를 뿌듯하게 바라본다.

‘7’이라는 숫자를 보통 행운의 숫자라고 한다. 송도 국제도시 성당 초등부 교사회가 자리잡은 7층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새 성당이 봉헌되기까지 교사들이 교사회의 살림을 조금씩 불려 가는 재미에 푹 빠져 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