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
 


 
작성일 : 06-10-2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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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서영남
조회 : 7,760  
기사섹션 : 노느매기등록 2004.11.03(수) 17:20

노숙·쪽방사람들 VIP섬김 ‘뜨끈’

무료급식 ‘민들레국수집’

인천시 동구 화수동에는 민들레국수집이라는 작은 식당이 있다. 3평 남짓한 공간에 6인용 식탁 하나 뿐이지만 이 식당은 하루 70명이 찾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 손님 대부분은 식당이 문을 여는 날이면 빠짐없이 찾는 단골이다. 보신탕이 메뉴였던 지난달 29일에는 하루에 이곳을 찾은 손님이 처음으로 100명을 넘었다. 지난해 4월1일 개업한지 1년 반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민들레국수집은 여느 식당과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밥값이 공짜라는 점이다. 식당주인은 서영남(51)씨. 세레명은 베드로다. 25년 동안 수도원에서 수사로 생활하다 ‘환속’해 가난한 이를 섬기고 있다. 수사로 있을 때는 전국의 교도소를 다니며 재소자들을 섬겼고, 98년부터 2년동안 서울교구 평화의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기도 했다.

서씨가 처음부터 식당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식당 건물도 출소자들의 자립공동체를 위해 만든 공간이다. 그가 수도원 생활을 그만뒀다는 소식을 듣고 청송교도소에서 나온 세 명의 출소자가 그를 찾아온 것이 계기가 됐다. 월세를 얻고 집수리 사업에 필요한 연장을 마련했지만 술마시고 놀다가 망치고 말았다고 한다.

그 뒤 서씨는 그 공간을 가난으로 끼니조차 제대로 잇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식당으로 바꿨다. 처음에는 민들레국수집이라고 이름짓고 잔치국수를 제공했지만 ‘손님’들이 허기가 가시지 않는다고 해서 밥으로 메뉴를 바꿨다. “손님들이 영양상태가 좋아져서 국수를 찾을 때까지 식당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식당이름은 국수집으로 그대로 두고 있다.

25년 수사직 뒤로한 서영남씨
말없는 후원자·가족 도움받아
직접 조리하고 양껏 대접
한달 1500~2000명 발길 북적

이곳 식당은 다른 무료급식소와 달리 반찬이 풍성하다. 밑반찬만도 예닐곱 가지가 된다. 서씨는 가난한 이웃들의 건강을 생각해 가능하면 고기반찬을 많이 올리려고 노력한다. 누구나 이곳을 찾아 밥, 국, 반찬 등 누구나 원하는 만큼 실컷 먹을 수 있다.

이곳 손님들은 주로 노숙인이나 쪽방 거주자들이다.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이빨조차 없어 오랜시간 식사를 하는 관계로 어르신들에 대한 무료급식을 하는 다른 식당에서도 푸대접 받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가정이 해체되어 조부모를 모시고 사는 열세살 소년부터 여든이 넘은 어르신까지 손님 연령대도 다양하다. 서씨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찾아오면 직접 마중을 나가 자리에 앉히고 밥과 반찬을 떠먹이기도 한다. 식당 한 쪽 벽에 걸린 칠판에는 브이아이피손님 명단이 적혀있다. 서씨가 이름은 물론 밥은 얼마나 먹는지, 국물을 좋아하는 지 건더기를 좋아하는 지, 어떤 국은 먹지 않는지 등 식성까지 알고 있는 ‘손님’들이다. 서씨는 식당을 열기전에 3개월동안 한식조리학원까지 다녔다. 수사 출신이지만 서씨는 ‘손님’들에게 어떤 종교적 의식도 요구하지 않는다. 부처님께 기도를 해도 무관하다. 싱크대쪽 벽에 걸린 초라한 십자가가 그의 신앙을 알려주고 있을 따름이다.

매주 토요일부터 다음주 목요일까지 문을 여는 이 식당을 찾는 손님은 한달에 1500명에서 많을 때는 2000명 가까이 된다. 공개적이거나 생색을 내는 후원자는 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이 식당은 몰래 남을 돕는 후원자들의 지원으로 운영된다. 금전적인 후원자도 있지만 ‘현물’로 지원하는 이들도 많다. 민들레국수집 소식지에는 쌀, 고기, 김치, 깍두기, 호박, 오이, 고등어자반 등 식재료를 후원하는 이들의 이름이 빼곡이 적혀있다. 이웃주민들도 많은 도움을 준다. 아침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면 이웃 주민들이 통닭이나 돼지고기를 놓고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집주인 송세환(73)씨는 월세를 제때 못받아도 식당에 쌀떨어지는 것을 더 걱정하는 후원자가 됐다. 서씨의 가장 큰 후원자는 아내 강베로니카(48)와 대학생인 딸 모니카. 재소자를 대상으로 한 교정사목을 하다 알게 된 아내는 동인천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해서 번 돈을 모두 식당에 내놓고 있다. 서씨는 아내와 딸을 “넝쿨째 굴러들어온 큰 호박과 작은 호박”이라 부르며 아낀다. 벽에 걸린 글귀가 그가 왜 이런 식당을 운영하는 지 알려준다. ‘소유로부터의 자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기쁨,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투신’. 후원문의 (032)764-8444.

인천/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징글벨 08-12-09 19:22
 
한계례에 실린 기사 수사님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참으로 `복음적` 삶을 만난듯 합니다.훌륭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