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배고픈 사람들을 위한 무료식당 "민들레국수 집"을 운영하고 있는 서영남 씨. ＜이충우 기자＞

"진짜 수사님들이 들으면 얼마나 속상하시겠어요. 저는 그냥 국숫집 아저씨죠(웃음)."

한창 세상과 이야기할 스물두 살에 수도원에 들어가 마흔일곱 살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서영남 씨(56)는 `수사님`이라는 주변 호칭에 지금도 부끄럽고 멋쩍어 한다.

수도원을 나와 수사 자격이 없지만 수사님이라는 수사(修辭)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서씨는 2003년 4월 인천 시내가 보이는 동구 화수동 달동네에 무료식당 `민들레국수집`을 차린 주인공이다. 그를 수사님으로 만든 민들레국수집이 이달 6주년을 맞았다. 수많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수사님이란 호칭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사실 손님들은 그가 수사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수사님이라고 부른다. 마음 씀씀이와 행동이 진실하고 친구 같으니 그의 존재는 여전히 수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수도원에서 고참이 되고 보니 고생을 하지 않았어요.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면 괜찮겠다 싶어 환속(還俗)을 결심했죠." 그때가 2000년 11월. 달랑 가방 하나 들고 인천 송현동 작은 방에 둥지를 튼 서씨는 환속 결심대로 출소 형제들에게 밥을 해주며 제2 인생을 시작했다. 그러다 지금 자리에 무료 식당을 열었다.

"마침 조그만 가게가 났고 출소 형제에게 밥을 해주려면 식당을 차리는 게 좋겠다 싶었다"는 것이 이유다. 가게라야 식탁 1개가 놓인 작은 공간이 전부였다.

손님 한 명 없던 개업 첫날과 달리 지금은 하루에 인천 서울 평택 천안 등에서 손님 300~400명이 찾고 있다. 노숙자와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대부분이다.

식당은 서씨가 교도소 자매상담을 하는 목ㆍ금요일을 제외하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자원봉사자들이 정성 들여 만든 밥과 10여 가지 반찬이 뷔페식으로 제공된다. 식당 이름과 달리 국수가 아닌 밥을 제공하는 건 손님들이 밥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식당이 인기인 이유는 `내 집 같은 편안함`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줄을 서지 않고 원하는 때 원하는 만큼 밥을 먹을 수 있다.

간혹 말썽이 일고 한 명이 서너 그릇을 먹기도 하지만 그는 "하느님은 가장 약하고 힘없는 사람을 보내 주신다. 귀하게 섬겨야 할 분들이고 이분들은 사랑을 받으면 스스로 살아나신다. 매일매일 잔치를 하는 기분"이라며 되레 즐거워했다.

손님에게는 한없이 베풀지만 식당 운영원칙은 매우 엄격하다. 그의 가슴엔 `정부지원 안 받기, 후원회 조직 않기, 예산확보 위한 프로그램 공모 안 하기, 생색내기 후원받지 않기`란 4대 금기가 새겨져 있다. "돈은 권력이고 힘이라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는 주의다. 용돈 몇 천원을 모아 편지로 부친 여고생, 투박하게 포장된 쌀자루가 더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그도 일에 대한 욕심만큼은 대단하다. 식당 한쪽은 치약과 옷 등을 무료로 나눠주는 `나눔의 방`으로 꾸몄다. 식당 인근엔 아이들 놀이방인 `민들레 꿈`을 마련했다. 후원자들이 100일 만에 2000만원을 모아줘 문을 열었다. 이곳에선 부모 보호를 받지 못하는 초등학생 5명이 마음껏 뛰어놀고 있다.

그의 욕심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요즘 그는 노숙인들이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영화도 볼 수 있는 `문화적인 삶의 공간`을 기획 중이다. "노숙인들은 삶의 이유만 알아도 바뀔 가능성이 많습니다. 노숙인을 대상으로 인문학 교실 같은 것을 운영하며 `인생을 왜 사는지` 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싶습니다."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