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남 (민들레국수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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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야말로 가진 것이 별로 없더라도 이웃과 나누게 하는 힘입니다.
지난 8월 12일에 동암역 근처에 있는 노동자의 쉼터인 '삶이 보이는 창'에서 '한마음회'라는 조그만 봉사단체의 창립 10주년 기념 잔치가 조촐하게 열렸습니다. 현재 회원은 27명입니다.
한마음회는 1997년 8월 어느 날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수도원 골목에 있던 '이서방 치킨'가게 앞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와 동네 어르신 두 분 그리고 치킨집 주인과 함께 은행나무 아래에서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다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동네에 어려운 분들이 몇 분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조그만 봉사모임을 만들어서 직접 도와주는 일을 해 보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회칙은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몇 가지 기본 원칙만 지키기로 했습니다. 회장과 총무만 선출하기로 했습니다. 종교에 차별을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남녀 구별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별을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회비는 월 2만원 정도 하기로 했습니다. 회비가 부담스러워서 내지 못해도 미납 회비가 누적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연말이 되면 남은 회비는 모두 털어서 가난한 이웃에게 나눠드리고 잔액이 남지 않도록 했습니다. 매달 한 번씩 모여서 제가 살고 있었던 만수동 식당에서 모임 겸 음식 나눔을 갖기로 했습니다. 회원들이 친해져야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모임의 이름을 짓기로 했습니다. 마침 '한마음 정육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마음회'라고 하기로 했습니다. 넷이서 시작한 회칙도 없는 간단한 봉사모임인 '한마음회'는 이렇게 조그맣게 시작했습니다.
동네 분들이 한 분 한 분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한마음 정육점도 빵가게 주인도, 칼국수 가게도 부부가 함께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수도원 담벼락에서 손수레에 튀김을 팔던 아주머니도 회원이 되셨습니다. 동네의 이웃들이 자연스럽게 모였습니다. 장사가 어려워도 얼굴 찡그리지 않고 회비들을 내어주십니다. 귀한 돈이 어떻게 쓰일지 현장을 방문했기에 아낌이 없었습니다. 작은 정성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튀김 아주머니는 하루 온종일 튀김을 팔아야 만원 한 장 벌기도 힘든데도 불구하고 꼬깃꼬깃 모은 천 원짜리로 회비를 한 번도 빠짐없이 내셨습니다. 십여 년 동안 회비 한 번 미납하신 적이 없다는 신기록을 가지고 계십니다.
넉넉할 때,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나눈다는 것은 절대로 나누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는 것을 한마음 회원들은 몸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마음회 모임은 만수동 복자 수도원의 식당에서 가집니다. 복자 수도원에서 지역에 착한 일을 하는 모임이라고 무료로 빌려주기 때문입니다. 회장과 총무와 어르신들이 솔선수범해서 음식을 장만하고 상을 차립니다. 그런 다음 간단하게 회계 보고를 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현장 방문할 팀을 짭니다. 현장 방문 팀은 모임 후에 따로 시간을 정해서 현장을 보고난 후에 필요한 것들을 장만해서 직접 가져다 드립니다. 그런 다음에 음식 나눔으로 서로 친교를 나눕니다. 마무리는 모두 함께 설거지를 하고 처음처럼 정리정돈을 해 놓은 후에 마칩니다.
십년을 한결같이 나눔을 살아온 한마음회에는 기쁜 일이 많았습니다. 함께 봉사활동을 하던 처녀 총각이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형과 동생이 함께 봉사활동을 합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봉사활동을 합니다. 돈 때문에 마음 상했던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젊다고, 어리다고, 여자라고, 가난하다고 무시당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얼굴 붉히고 싸운 적도 없습니다. 가족처럼 서로 보듬고 배려하는 사랑이 넘치는 봉사모임이야말로 비록 가진 것이 별로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지만 이웃과 나누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만수동의 작은 봉사모임인 '한마음회'가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서로 사랑으로 감싸주는 자연스럽게 사는 세상을 보여줍니다. 나눔으로 행복해진 동네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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