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사람과 사람 > 전문가 칼럼 등록일 2007-08-14 작성자 편집팀 (admin) 다운받기

“오늘은 고기반찬이 없네.” <서영남의 행복을 퍼주는 민들레국수집>? 불쑥 들어와서 반찬을 살펴보곤 고기반찬이 없다며 그냥 가 버린 손님을 보았습니다. 오늘 민들레국수집의 차림 판은 미역국과 감자국, 양배추 김치와 무생채, 고추장아찌와 양파장아찌, 근대 된장무침, 가지볶음, 풋고추와 쌈장으로 괜찮은 편인데 고기반찬이 없다고 그냥 가버립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이제야 우리 손님들도 반찬투정도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오래 전에 우리 손님이 밥투정을 해서 기분 좋은 적이 있었는데 오늘 반찬투정은 더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 손님들은 고기반찬을 정말 좋아하십니다. 손님이 제일 많이 찾아오는 월요일에 내려고 재워둔 돼지불고기를 큰 맘 먹고 오늘 내기로 했습니다. 13리터들이 두 통과 16리터들이 한 통에 꼭꼭 눌러 재워둔 돼지불고기를 볶아내었습니다. 마음껏 드시도록 내었는데도 남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았습니다. 착한 손님들이 다음 사람도 먹어야 한다면서 조금씩 덜어갔기 때문입니다. 오후 다섯 시 문 닫을 즈음에 오신 마지막 손님이 마지막으로 접시에 담으니 그 많던 돼지불고기가 모두 없어졌습니다. 멀리 서울 잠실에서 오늘 처음으로 설거지 봉사를 하러 오신 마리아 자매는 평생 할 설거지를 하루 동안 다 한 것처럼 온종일 설거지를 했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수북하게 담아 드시는 음식에 깜짝 놀라십니다. 그 많은 밥과 반찬을 깨끗하게 비운 접시에 또 놀라십니다. 잔반이 거의 없는 것을 보고도 놀라십니다. 여름휴가로 무료급식을 하는 곳이 문을 닫은 곳이 많은 모양입니다. 며칠째 처음 보는 손님들이 무척이나 많아졌습니다. 서울에서도 많이들 오십니다. 항상 여름 휴가철에는 민들레국수집이 손님으로 넘쳐나는 대목입니다. 오후 다섯 시 조금 지나서 마지막 손님이 가셨습니다. 마무리하고 국수집 문을 닫았습니다. 마리아 자매님을 배웅하고 돌아오는데 용산에서 오는 두 손님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 오고 있습니다. 닫힌 문을 보고 미련 없이 발길을 돌립니다. 돌아서서 힘없이 땀을 훔치면서 가는 손님을 뛰어가서 불렀습니다. 지금 그대로 돌아가면 저녁밥을 먹을 곳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지금 돌아가면 밥시간을 놓쳐서 먹을 곳이 없다고 합니다. 돈은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한 푼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전철은 어떻게 타고 갈 것이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철도 직원에게 사정하면 표를 준다고 합니다. 잠은 어디서 자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숙명여대 근처의 다시서기지원센터에서 잔다고 합니다. 참으로 난감합니다. 국수집 문을 다시 열고 밥을 하기는 너무 번거롭습니다. 자장면을 언제 먹어보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한 사람은 일 년이 조금 넘었다고 합니다. 또 한 사람은 일 년 반쯤 전에 자장면을 먹어보았다고 합니다. 함께 자장면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아기처럼 좋아합니다. 보통과 곱빼기 중에 무엇을 시킬지 물어보았습니다. 곱빼기를 먹겠다고 합니다. 우리 모습을 눈여겨 본 착한 중국집 아주머니가 곱빼기의 곱빼기 두 그릇과 보통 한 그릇을 주셨습니다. 자장면을 참 잘 드십니다. 금세 그 많던 자장면을 게 눈 감추듯 드셨습니다. 시간 지났다고 그냥 돌아가게 했으면 우리 손님이 밤새 고픈 배를 물로 채우면서 저를 원망했을 텐데 참으로 다행이었습니다. 자장면이 한 그릇에 3,000원입니다. 곱빼기는 3,500원이고요. 우리 손님들에게는 너무 비싸서 그림의 떡이라고 합니다. 일 년 만에 먹어본 자장면의 맛이 어떠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