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추석이 다가옵니다. 명절 동안은 연휴이기 때문에 가난한 우리 손님들은 밥을 드실 곳이 거의 없게 됩니다. 풍성한 추석 명절이지만 거리에서 지내는 분들은 굶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민들레국수집은 추석 전날도 문을 엽니다.

추석 당일에는 문을 열지 않기 때문에 추석 전날 오후에는 우리 손님들께 라면과 컵라면을 나눠드립니다. 국수집 문을 열지 않는 추석에는 찾아갈 곳 없는 민들레의 집 식구들을 집으로 초대합니다. 그리고 교도소에서 출소해서 이제는 열심히 사회에 적응해서 잘 살고 있는 겨자씨의 집 출신 형제들도 고향을 찾아오는 것처럼 찾아오기 때문에 추석 날 만큼은 민들레국수집 문을 열지 않습니다. 추석날 다음 날에는 꼭 문을 엽니다. 그래야 배고픈 우리 손님들이 덜 외롭기 때문입니다.

명절 준비를 위해 김치를 담으려고 화수시장의 '김포채소' 가게에 배추를 사러 갔습니다. 착하신 주인아저씨가 배추가 너무 비싸서 민들레국수집에는 팔 수가 없다고 합니다. 내일 도매시장에 가서 싸고 좋은 것으로 사다 주겠다고 합니다. 배추 백포기를 부탁드렸습니다. 다음 날 배추 세 포기에 칠천 원이라며 도매시장에서 사온 값만 받으십니다. 우리 손님들이 맛있는 김치를 명절 때 드실 수 있도록 포기김치로 담았습니다.

조그만 트럭에 토종닭 두 마리 오천 원씩 받는다며 다니시는 분이 한참 김치를 담고 있을 때 지나가시다가 차를 세웠습니다. 트럭에서 내리시더니 좋은 일을 하신다며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이 닭뿐이라며, 알을 낳던 닭이라 몇 시간 푹 고우면 먹을 만 하다시며 스무 마리나 선물해 주시고는 이름도 알려주시지 않고 훌쩍 가 버리셨습니다.

닭을 손질해서 밤새도록 큰 솥에서 푹 고았습니다. 뼈와 껍질을 발라내고 살코기를 잘게 찢어서 양념을 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시장에 가서 숙주나물과 고사리를 아주 싸게 사 왔습니다. 대파는 살짝 데쳐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놓았습니다. 팬을 달궈 기름을 넣고 생강과 고춧가루를 넣고 고추기름을 만들었습니다.

양념한 살코기를 넣고 숙주나물, 고사리나물, 대파를 넣고 끓였습니다. 고추기름도 넣었습니다. 그리고 간장과 마늘과 소금으로 간을 했습니다. 달걀 물을 풀어 줄 알도 쳤습니다. 맛있는 닭 육개장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래도 뭔가 모자란 것 같아서 당면을 삶아 찬물에 헹구어 놓았습니다.

동윤 씨, 밥은 조금만 담으세요. 닭 육개장이 맛있거든요.

닭 육개장을 보통 두 그릇은 드십니다. 간혹 세 그릇 드시는 분도 계십니다. 어쩌다가 네 그릇째 드시려는 분이 있었습니다. 함께 식사하던 분들이 잔소리를 합니다.

다음에 와서 먹을 사람도 좀 생각해야지!

서영남 민들레 국수집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