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양부 특강-‘민들레국수집’ 서영남씨

사랑의 실천… 이름모를 후원자들이 큰 힘

“나눔은 행복을 낳고 행복은 또 행복을 낳는다”

인성교양부 주관, ‘인성교양특강’이 지난 5월 27일 효음아트홀에서 열렸다. 이날 특강은 ‘사랑이 꽃피는 민들레국수집’의 서영남씨를 초빙해 학생들과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서영남씨는 배고픈 사람에게 동정을 베풀기보다 ‘사람에게 사람대접을 해주자’란 뜻으로 2003년 4월 1일, 인천 화수동에 문을 연 ‘민들레국수집’. ‘민들레국수집’을 운영하면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봉사자이며 사랑의 전파자이다.

‘홑씨가 되어 멀리멀리 날아가 다시 싹트는 민들레같이 사랑이 민들레처럼 퍼져 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사랑의 급식소’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 18평의 좁은 식당에는 하루 평균 300~400명의 손님들이 찾아온다.

이 식당에 오는 손님은 노숙자나 쪽방살이 등 한 끼 식사를 때울 곳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요리사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언제든 와서 몇번이든 식사할 수 있고, 뷔페식으로 되어 있어서 마음껏 덜어먹을 수 있다. 겉모습은 무료급식소와 다름없어 보이지만 식권을 받으려 악착같이 줄을 설 필요도 없고, 영업시간이 끝났다고 매몰차게 내쫒지도 않는다.

민들레 국수집이 문을 연 것은 2003년 4월 1일. 22살, 천주교 수도사가 됐다가 25년만에 수도원을 나와 평신도로 돌아온 서영남씨는, 수도사 시절 만난 교도소 재소자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한 끼라도 챙겨 먹이려고 소박하게 시작했다.

“가난하더라도 기쁨이 충만한 세상을 만들며 재미있게 살고 싶어” 수도사를 그만뒀다는 그는 당시 수중에 있던 300만원으로 이 식당을 차렸다.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오는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했다. 그러자 힘들기만 할 줄 알았던 이 집에서 ‘거짓말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줄을 세우면 사람들이 난폭해진다. 먼저 오는 사람이 먼저 먹는 선착순을 폐지했다. ‘가장 배고픈 사람이 먼저 먹자’라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고 이로 인해 노숙자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며 웃음 짓는 그는 “기적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민들레국수집’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에서 ‘이름 없는’ 후원자들이 나타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침이면 문도 열지 않은 식당 앞에 누가 보냈는지도 모르는 쌀 포대나 반찬이 놓여있고, 택배로 멀리 전라도에서까지 생선이며 쇠고기가 올라온다”고 말했다.

“후원회 조직도, 명단도 없어 나도 후원자가 몇 명인지 모른다.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은 하나도 받지 않고 오로지 이름 모르는 후원자들 도움으로 꾸려가고 있다”며 그는 “돈을 위해 일하는 건 힘들지만 이렇게 남을 위해 일하는 건 힘들지 않다”며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거짓말을 해도 되는 날(4월 1일), 거짓말 같이 문을 열어, 거짓말 같이 많은 사랑들이 모여, 거짓말 같이 6년을 힘차게 버텨온 ‘민들레 국수집’. “노숙자들이 밥을 먹은 후에 쉬며 영화도 보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서영남씨의 사랑은 우리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슴 속에 품고 잊지 말아야할 소중한 마음이다.

김민정기자 dkshfem62@cu.ac.kr

◐특집 (제 1118호 : 2009년 06월 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