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입니다 비가 많이 내립니다 집에서 쉬고 있을 때 전화가 왔습니다.

원주라고 합니다 조그만 밀링 공장을 친구와 동업하고 있었는데 몸이 아파서 집에서 쉬고 있는데 동료가 자기 이름으로 빚을 잔뜩 남겨놓고 사라져버렸다고 합니다 나이는 서른 여섯입니다 부인이 있고 아이는 큰 아이가 열세 살, 작은 딸이 세 살이라고 합니다 주민센터에도 도움을 청했지만 부인과 이혼한다면 아이들과 부인을 도울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있을 곳이 없어서 병원 대합실에 가족들과 함께 앉아있다고 합니다 도와줄 수 없는지 물어봅니다.

민들레국수집 근처로 오신다면 최소한 가족이 흩어지지 않고 살 수 있게 도와드릴 수는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차비도 한 푼 없다고 합니다 가장으로서 심사숙고해서 차비를 구해서 토요일에 오시라고 하곤 잊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후 세 시 쯤입니다 가방 두 개 들고 네 식구가 민들레국수집에 왔습니다.

아이 아빠는 밀링(선반) 기술이 있어서 어떻게든 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빚쟁이들이 가만 있지 않으니 가족들만이라도 안정시켜 놓고 빚쟁이들을 찾아가서 사정이야기를 하고 천천히라도 빚을 갚겠다고 사정을 하겠다고 합니다

인천에 오기 위해 아이 아빠는 깡통을 주워서 팔았더니 돈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침에 찜질방에서 일어나자마자 아이들에게 우유 사서 먹이고 돈이 아까워서 곧바로 인천에 왔다고 합니다.

식사부터 하게 했습니다

우선 단칸방에서 지내게 했습니다 다음 주간에 방 두 개있는 집을 수리해서 옮겨살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동네 어르신들이 전해주었습니다 2년 전에 계양구에서 지내던 분이 집세를 못 내고 거리로 쫓겨났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집을 얻고 이사를 시켰습니다 월세가 십만 원이어서 충분히 낼 수 있다고 했는데 한 번도 방세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 밤에 떠나갔다고 합니다 그 집을 수리해서 원주에서 온 가족을 지내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민들레국수집에 손님들이 무척 많이 오셨습니다 미역국을 끓이고, 돼지고기 김치볶음도 만들고, 고등어자반도 굽고, 콩나물 6킬로 데쳐서 무치고, 김치 한 통, 무생채 한 통, 고구마 줄기 볶음 한 통, 깻잎무침 한 통, 얼갈이 김치 한 통을 반찬으로 내었습니다 충분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모자랄 것 같아서 채소 반찬을 한 통 더 무치고, 계란 프라이도 내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반찬을 싹 비웠습니다 참 손님들도 많이 오셨고 반찬도 알맞게 모자라지 않아서 참 다행입니다.

고마운 분이 보내주신 귀한 복숭아는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에서 아이들 먹였습니다 그리고 쌀과자는 후식으로 국수집에서 내었습니다.

대전에서 고마운 분께서 두 분 오셨습니다 쌀도 가져오셨고요 구충제와 파스 등등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평생 하실 설거지를 온 종일 하셨답니다.

"민들레국수집의 홀씨 하나" 책을 내어주신 한겨레 출판사의 윤희 팀장님께서 설거지를 거들어주셨습니다.

어제는 재찬 씨와 함께 전주를 다녀왔습니다 전북대학교에서 있었던 워크샵에 강의를 하나 하고 왔습니다 비는 쏟아지고 고속국도는 막히고 그랬습니다 저녁 여섯 시에 전주에서 출발해서 인천에 도착하니 열한 시 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