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만의 특권입니다 생명이 붙어 있는 한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원주에서 온 가족도 편안해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우리가 아등바등하지만 않는다면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송나라 사람처럼 벼를 빨리 자라게 하려고 벼를 잡아당겼다가 아까운 벼를 죽여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광용(가명) 씨가 취직이 되었습니다 지체장애 5급이라 아주 힘든 일은 못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었습니다 음식점 배달일입니다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월 백사십에 한 달에 여섯 번 쉰다고 합니다 첫날 일 하고 와서 아주 기분좋아합니다 겨우 방 하나 마련해 준 것 뿐인데.. 베로니카께서 월급 받기전까지 필요한 용돈을 살짝 주는 모습도 참 보기 좋습니다.

명수(가명) 씨가 많이 맞았습니다 전치 4주가 나왔는데 합의가 안됩니다 눈두덩이 새까맣게 변했습니다 병원에 입원하려고 해도 보증을 서주는 사람이 없어서 입원도 못했습니다 폭행이라 건강보험도 적용이 안됩니다 고소했는데 아무래도 60일은 지나야 해결이 될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당장 아프고 치료할 길도 없고, 경찰은 그냥 기다리라고만 하고 돈은 하나도 없고.. 베로니카께서 발 벗고 나섰습니다 오늘 안과에 진료를 받게 한답니다 치아도 흔들린다고 합니다.. 오늘 오전 일찍 재찬 씨가 명수 씨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두부를 마련해서 베로니카와 함께 졸린 눈을 비비면서 어제 밤 11시에 서울 구치소로 출발했습니다 1일이 만기이기에 자정이 지나면 출소할 수 있습니다 서울구치소에 도착하니 11시 40분입니다 경교대 대원에게 출소자들이 언제쯤 나오는지 물어보니 수속을 밟고 그러면 12시 반에서 40분 정도에는 나온다고 합니다.

열두 시 40분이 되니 안드레아가 나옵니다 가방 두 개 들고 제일 먼저 나왔습니다 안드레아에게 두부를 먹게했습니다 처음으로 출소하면서 두부를 먹어본다고 합니다 곧바로 차에 태워 인천으로 왔습니다

안드레아를 위해 준비해 놓은 집에 모셔다 놓고 집에 왔습니다 그래도 새벽 두 시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어제인 9월 12일에는 옷방의 짐들을 정리했습니다 이제 우리 손님들이 날씨가 서늘해지면 옷을 많이 찾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