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끔하게 차려입은 신사가 민들레국수집에 들어섭니다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면도를 말끔히 한 신사는 분명 전에 우리 민들레국수집의 VIP 손님인 대영(가명)씨입니다 박카스 한 통을 선물로 가지고 왔습니다.

서울에 결혼식이 있어서 왔다가 인사드리고 대전으로 내려가려고 찾아왔다고 합니다 깔끔한 모습 어느 곳에도 노숙을 오래 했다는 느낌을 찾을 수 없습니다 몇 번을 악수를 했습니다.

대영씨는 거의 십여년을 민들레국수집 근처에서 노숙을 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의 처음 손님이기도 합니다 수염을 길게 길렀었고요 토요일에는 일찍 국수집에 와서 놀랄 정도로 많이 식사하기도 했습니다 목요일과 금요일은 거의 굶다시피 했기 때문입니다 화도진 도서관에서 구박도 많이 받았습니다 책을 볼 들어가면 냄새난다고.. 그래서 갈아입을 수 있는 옷도 나눠드리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민들레희망지원센터가 열리고는 희망센터의 단골 손님이 되었습니다 책을 참 많이 읽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이 바쁘면 식사하러 왔다가 앞치마 입고 설거지도 참 많이도 거들어주었습니다 다른 분들과 달라도 무언가 달랐습니다

그런 어느 날 전화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저, 대영인데요 대전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걱정하실까봐 전화드립니다."

참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은 우리 손님들께 잡채를 대접하려고 합니다 허영만 화백께서 보내주신 당면으로 오늘 요리를 합니다 셰프이신 르 프라비아노 형제님께서 굴소스와 소고기 갈은 것, 당근과 시금치 그리고 버섯을 준비하셨습니다 맛있는 잡채 기대가 됩니다.

옥련동 민들레의 집의 광회(가명)씨가 거의 열흘만에 국수집에 왔습니다 열흘 정도 노숙에서 벗어났는데 건강상태가 아주 좋아졌습니다 스스로 일어서지도 못하던 분이 오늘은 빗자루를 들고 국수집 앞을 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