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할머니 두 분께서찾아오셨습니다. 집에 쌀이 조금 남아있다고 하십니다 미안하다고 합니다.

난감^^ 민들레국수집에 쌀이 아슬아슬합니다

"할머니, 우리도 쌀이 거의 떨어져 가거든요 다음에 여유가 있을 때 드릴께요 미안합니다."

할머니께서 미안해 하시면서 힘없이 발걸음을 돌리십니다

고민, 고민, 고민.

할머니 두 분을 뒤쫓아갔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20킬로 쌀 한 포씩 집에까지 가져다 드렸습니다 국수집에 쌀이 겨우 한포 남았습니다 그래도 아직 한 포나 남아있습니다 마지막 남은 쌀 한 포의 이름이 "수호천사 건강미"입니다

전화가 왔습니다 아기 백일인데 쌀을 좀 보내고 싶다고 합니다

참 희한합니다! 고맙습니다.

쌀이 조금 남아있을 때 용감하게 이웃이 쌀을 청하면 나누어 줄 것! 다짐해도 막상 닥치면 대략난감입니다.

구월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좋은 사과가 열 다섯 상자나 있는데 민들레국수집에 선물하고 싶다고 합니다 부리나케 차를 몰고 농산물도매시장으로 갔습니다 비비안나 자매님입니다 인천주보에 실린 글을 보셨다고 합니다 아주 품질 좋은 사과입니다 15킬로 열다섯 상자 깨끗하게 씻어서 손님들께 하나씩 가져가게 하면 참 좋겠습니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세상에 자비가 가득하면 참 좋겠습니다 자비심이 세상을 구합니다.

손님들이 계속 오십니다 자리가 모자라서 잠깐씩 자리가 날 때까지 손님들이 기다려야 하는 불상사가 생겼습니다 왜 손님들이 이렇게 많이들 오시는지 생각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고 공휴일이기에 우리 손님들이 밥 한 그릇 먹을 곳이 없기에 그렇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 손님들은 공휴일이 싫습니다

오늘은최현태의 첫 생일입니다 아기의 할아버지께서 민들레국수집의 손님들께 손자의 첫 생일 떡을 선물해주셨습니다 찹쌀떡 600개를 예쁘게 포장해서 보내주셨습니다 최현태의 첫 생일을 축하합니다.

가슴 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예순 넷인데 찜질방에서 지내십니다 지난 달에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간암말기라고 합니다 앞으로 일곱 달 남았다고 한답니다 인간극장을 봤던 기억이 있어서 찾아오셨습니다좀 도와달라고 합니다 답답합니다.

두 사람을 면담했습니다 한 사람은 서른 일곱 살입니다 또 한 사람은 서른 한 살입니다 서울의 어느 드롭인 센터에서 지낸다고 합니다 사연이 기구합니다 베로니카께서 도와주고 싶어합니다 민들레의 집 식구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집이 마련될 때까지 찜질방에서 지낼 수 있게 해드렸습니다 몇 달만 푹 쉬면서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면 분명 잘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의 선교회 수사님들께서 선물해 주신 집을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했습니다 쉼터로 만들어볼까 생각했습니다 여러 곳의 쉼터를 알아봤습니다 규율이 너무 엄격합니다 강하게 조여야만 된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기존의 노숙인 쉼터는 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쉼터를 만들것이 아니라 느슨한 가정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사랑이 규칙인 그런 가정을 만들고 싶습니다 수사님들께서 선물해 주신 집은 방이 네 개입니다 작은 방 하나, 큰 방 세 개입니다 여섯 일곱 분의 민들레 식구들이 살 수 있는 집으로 꾸며야겠습니다

대청소를 하고, 지붕을 조금 수리하고, 장판 갈고 도배를 하면 아주 좋은 집이 될 것입니다 전기와 수도를 살리고, 또 살림살이도 도움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5월 1일 (금)에는 인천광역시 의료원에서 도와주시는 날입니다 우리 손님들 일곱 분이나 종합진찰을 해 주시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