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솔기 없는 옷을 입어야 한다. 우리는 애덕을 실천해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모르나, 우리의 손은 치유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모르지만 지혜롭고 생기 있는 삶을 통하여 배울 수 있다. 찬미와 희망을 계속 실천해 간다면, 혼란스러울 때에도 그 희망과 찬미는 우리의 뼈 속 깊숙이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피조물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벌거벗고 오며 끝도 알 수 없다. 만일 우리가 오랫동안 산다면, 또한 그런 방식으로 떠나갈 것이다. 우리는 우스꽝스럽고 사랑스러우며, 거룩함과 먼지의 삶을 살아간다. 

-가톨릭 일꾼 신문에서-

월 0일(월)

민들레국수집이 생긴 지 만 육년이 되었습니다 오늘이 제일 손님들이 많이 오신 날입니다 민들레국수집 좌석 수를 스물 네 석으로 늘린 다음에는 이제는 우리 손님들이 길에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겠다 싶어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밖에서 기다리셔야 했습니다 줄서시면 꼴찌부터 식사하게 합니다 그랬더니 담배 한 대 나눠 피면서 편안하게 기다리곤 했습니다 결국에는 밥이 떨어져서 밥 뜸 들일 동안 봉사자들이 한숨 돌릴 수 있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에 삼십인용 전기밥솥 네 개, 쉰명용 가스밥솥 2개의 밥을 드시고 밥이 없어서 잠시 쉬었습니다 그토록 많은 손님들이 두세 번씩 밥을 드시고도 더 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 도와주시는 은인들이 고맙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손님들이 물밀듯 밀려오면 우리 손님들 밥을 대접할 수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생겼습니다.

지난 여섯 해가 꿈같은 일이었습니다 고마운 분들의 큰마음이 담긴 나눔으로 풍요로운 하느님 나라의 잔치를 벌린 기분입니다 아니 매일 매일이 잔칫집 같았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품위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 꿈이 거의 이루어졌습니다 이제는 대다수의 손님들이 접시에 밥을 담고 밥 위에다 반찬을 담는 것이 아니라 품위있게 접시에 밥을 담고 옆으로 반찬을 골고루 예쁘게 담습니다 그리고 두 번 세 번 드시고픈 음식을 더 드시는 모습을 봅니다 식사를 하시면서 신문을 보는 분도 계시고요 한 번 자리에 앉으면 한 시간 반 동안이나 느긋하게 식사를 하는 분도 있습니다

시원한 물도 이젠 손님들이 맘껏 드셔도 물 떨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오비에스 TV 촬영이 있었습니다 카메라가 돌아다닌 덕분에 손님들이 약간 줄었습니다 촬영만 없었다면 손님들이 훨씬 더 많이 오셨을 것입니다

오후 6시에는 민들레국수집 6주년 잔치를 조촐하게 민들레국수집에서 합니다.

월 1일(화)

오늘은 광진 도시속 작은학교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러 오는 날입니다 도착하면 일할 수 있도록 쪽파를 열 단이나 사다 놓았습니다

한우 육개장을 끓이고 있습니다 아마 오늘 오후부터 내일까지는 푸짐한 한우 육개장을 대접할 수 있습니다.

사골 김치찌개, 양배추 김치, 부추김치, 마늘쫑무침, 김무침, 취나물, 고등어조림, 멸치볶음입니다 오후에는 상추쌈을 낼 생각입니다 후식으로는 냉동 피자입니다 전자렌지로 4분 0초를 돌리면 딱딱해서 먹을 수가 없었는데 그냥 솥에서 5분을 찌면 먹음직스럽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