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수)

비가 내리다가 개었습니다 후덥지근합니다 무덥습니다 옷이 땀에 젖어 후줄근합니다

어제는 콩나물국을 끓였지만 오늘은 까나리 액젓으로 간을 맞춘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금방 국수집이 열기로 가득합니다 한여름에 음식을 만드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긴 합니다만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그것으로 좋습니다.

아오스딩 형제님께서 민들레국수집에 오셨습니다 업무를 일찍 마무리하고 부랴부랴 내려오셔서 앞치마를 두르셨습니다 교도소 갈 때 형제들에게 나눠줄 좋은 수건도 장만해서 오셨습니다 온종일 달걀 프라이를 해서 손님들께 대접했습니다.

가슴 찡한 일이 있었습니다 비가 오다가 그쳤습니다 우산을 들고 오셨던 손님이 식사 후에 가시려고 할 때 비가 오지 않으니까 우산을 제게 줍니다 다음에 비가 오면 필요한 사람에게 주라고 합니다 자기는 노숙을 하기 때문에 비가 오지도 않는데 우산을 들고 다니기가 곤란하다고 합니다 노숙하면서 짐이 많으면 참으로 힘들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의 피그미족은 자기 소유의 물건은 모두 짊어지고 다녀야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 소유물을 최대한 적게 가지려고 애를 쓴다고 합니다 나그네 인생길에 피그미족처럼 살면 참 행복할 것입니다.

예쁜 예빈이와 엄마께서 닭과 포도 세 상자, 빵 세 상자와 음료수 네 상자를 힘겹게 가져오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마운 분께서 쌀을 보내주셨습니다

요즘은 손님이 사백여 분이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전에 민들레국수집에 식탁 하나에 여섯 분이 앉을 수 있을 때도 하루 백여 분이 넘었을 때 놀랐습니다 이제는 여섯 분의 네 배인 스물 네 분이 한꺼번에 식사하실 수 있으니 하루 사백여 명이 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놀랍습니다.

내일부터 여름휴가로 전국 교도소 형제들을 만나러 다녀야합니다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를 썼는데 마지막에 손님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몇 분이 컵라면을 드셔야했습니다 원하시는 만큼 드실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오후 다섯 시에 마무리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이제 전국 교도소를 방문하고 돌아오면 여름은 지날 것입니다.

민들레 식구들과 함께 저녁 먹으러 갔습니다 무엇을 드시고 싶으신지 물어보았습니다 동태탕에 모두들 좋아합니다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 있는 신 선생님과 선호 씨와 석원 씨도 불렀습니다 성욱 씨, 대식 씨, 안드레아 수사님과 안드레아 형제와 태영 씨와 함께 갔습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우리 손님인 덕남 씨가 혼자 동태탕을 먹고 있습니다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종이 1킬로에 겨우 60원 하는데 그 종이를 100킬로를 주워 팔아야 동태탕 한 그릇을 사먹을 수 있는데 얼마나 맛있을까요 우리 상에 합석해서 이슬도 나눴습니다.

8월 1일(목)

오전 9시 20분에 차에 형제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가득 싣고 베로니카와 함께 원주교도소로 출발했습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자마자 차가 막혔습니다 12시 0분에야 겨우 덕평후게소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우동 한 그릇으로 점심을 때우고 다시 서둘러 차를 몰았습니다 아무래도 오후 2시까지 원주교도소에 도착할 수 없을 것 같아서입니다 교도소로 전화를 해서 한 시간을 늦췄습니다 겨우 오후 2시 40분에 원주교도소에 도착했습니다.

총무과에 들러서 욱진 형제 면회를 신청했습니다 욱진 형제의 신상기록을 보니 지금껏 면회 온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특별 면회입니다 변호사접견실로 되어있는 곳에서 욱진 형제를 면회했습니다

욱진 형제는 이제 겨우 스물일곱입니다 앞으로 남은 징역도 육년이 넘게 남았습니다 처음 청송교도소에서 만났을 때는 철부지 아이처럼 보였습니다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습니다 십년 전에도 소년원에 갇혀 있었고 십년 후에도 아마 교도소에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작년에 원주교도소로 이송을 갔습니다 베로니카가 그때부터 어린동생으로 삼아서 영치금과 필요한 물건들을 보내고 편지를 주고받고 했을 뿐입니다.

접견실로 교도관과 함께 들어오는 욱진 형제의 모습은 전혀 새로운 모습입니다 밝게 웃는 얼굴은 참 보기가 좋습니다 작은 도움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밝게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40분을 만나고 내년에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민원실로 가서 영치금과 간식꺼리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준비해 간 수건과 칫솔, 티셔츠와 사각 팬티와 양말을 가질 수 있는 만큼 넣어주었습니다 교도소에 있는 사람은 가질 수 있는 속옷과 양말 수건 등의 수량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제 수건과 칫솔 외에는 10월부터는 넣어줄 수 없습니다.

마음 편안하게 청송으로 향했습니다.

청송에 여장을 풀고 베로니카와 함께 달기약수터에 가서 맛있는 약수 닭백숙과 도토리묵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8월 14일(금)

베로니카와 함께 청송교도소로 들어가기 위해 일찍 일어났습니다.

아침을 먹는데 일인당 1만원인 한식 뷔페였습니다 접시에 밥과 반찬을 담아서 먹으면서 민들레국수집에 오시는 우리 손님들이 이 정도의 식사를 하시면 멀리 천안과 서울에서 고생하면서 오셔서 드셔도 그리 섭섭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보에 와서 음식 준비를 해서 청송교도소로 들어갔습니다 얼마나 반가워하는지요.^^ 청송에 갈 때마다 손님을 환대하는 것은 이렇게 하는구나 하는 것을 우리 형제들에게서 배웁니다.

하루 전에 목욕하고 옷을 깨끗하게 손질하고 아침부터 가슴 두근거리면서 기다리는 우리 형제들의 환대에 행복해집니다

베로니카의 이야기를 듣느라 기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모임 후에 나와서 열다섯 형제들의 영치금을 넣어주고 베로니카가 준비한 선물들을 넣어주었습니다 수건 세 장씩, 티셔츠 세 장씩, 사각 팬티 네 장씩, 양말 다섯 켤레, 칫솔 다섯 개씩 넣어주었습니다

서둘러 다시 진보로 나와서 청송교도소에 가져갈 음식을 준비하고 간단하게 점심을 콩국수를 먹기로 했습니다 참 맛있게 만든 콩국수였습니다.

청송교도소에 들어갔습니다 특별히 우리 형제들을 만나는 장소에는 에어컨이 설치된 장소였습니다

견우와 직녀처럼 일 년에 딱 한번만 만나는 베로니카와 동생들입니다

꼴베 형제가 제일 좋아합니다 누나도 이젠 늙으셨다며 안타까워합니다 아까돌아 형제는 이젠 독방에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보니파시오 형제도 싱글벙글입니다 모두들 베로니카와의 만남에 행복해합니다.

준비해 간 케이크와 꽈배기 그리고 더위사냥과 도넛 영덕 복숭아 두 개씩 깨끗하게 먹었습니다 이젠 자매상담 때 준비해 간 음식을 그 곳에서 모두 먹어야 합니다 가지고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형제들은 자매상담 하는 날에는 아예 점심을 먹지 않고 굶고 나옵니다

다시 내년을 기약하면서 나와서 민원실에서 영치금과 준비해 간 물품을 넣어주었습니다.

오늘은 모니카가 민들레식구들과 함께 민들레 꿈 공부방 이사를 하는 날입니다 삼복더위에 비용을 아끼려고 이삿짐센터에 맡기지 않고 직접 이사하려니 얼마나 고생들을 했을까요 저녁에 녹초가 된 모니카가 이사 전부 했다고 전화 왔습니다 모니카가 다 컸습니다 이사도 해 내고요 민들레 식구들과 함께 방호정에 가서 식사를 하라고 했습니다.

청송의 일을 마치고 서둘러 출발했습니다 급한 일이 생겨서 들릴 곳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밤 아홉 시에야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